2007.11.23 15:10

철 잃은 꽃들

조회 수 73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철 잃은 꽃들

종화의 제2 작업실 산장 앞마당에
동백이 화들짝 피어 올라 마음을 달뜨게 하고 있다
오래된 진달래가 내내 꽃을 피우고 있더니만
이번엔 흰 동백과 연분홍 동백이 흐드러졌지 뭐니
꽃들이란 게 본시 한 번의 꽃을 피워내기 위해
울고불고 난리를 치며 버틴다더니만
이 놈의 산장에는 버티고 울고불고 할 시간이 없나보다
아무 때나 꽃이 핀다
그러다 보니 작업실 산장에는
꽃이 피지 않은 달이 일년이면 단 한 달도 없다
300구루가 넘는 동백은 수십 종의 다양한 꽃을 피워내면서도
철을 잃은 놈들이 꼭 한 두 놈씩은 있어
철도 아닌 지금에 흐드러지기도 하고
철쭉이 때 아니게 피기도 하고
도화가 살며시 낯을 내밀기도 하니
하물며 들꽃들은 말해 무엇하랴
눈 속을 뚫고 피어나는 민들레도 있고 엉겅퀴도 있고
잡스런 풀들은 죄다 철을 잃어버린 것 같다
저러다 봄이 오면 또 꽃을 피워내야 할 것이니
참 속도 많이 아프겠다
술 진탕 마시고 다음 날 꼬꾸라져 일어나지도 못하고
눈만 껌벅이며 천장만 쳐다보게 하는 내 속보다
한 100배는 더 아프겠다
철을 잃어버린 조국산천이 안쓰러운데
늦가을 하늘은 왜 이리도 푸른지 나도 모를 일이다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7 서예전을 마치고 종화가 2009.12.26 408
96 가을 한 편 2 종화 2009.10.20 319
95 작업 끝 종화 2009.09.18 257
94 박종화 서예산문(나의 삶은 커라) 연재 중 관리 2009.03.29 486
93 마루에 앉아 종화 2009.03.19 598
92 가석정의 겨울 종화 2008.12.07 595
91 종화는 작업중 관리자 2008.07.23 598
90 신바람식구들 종화 2008.05.20 494
89 [re] 신바람식구들 1 꼬마 이쁜이 2008.05.22 492
88 뜨는 해를 보며 종화 2008.01.16 429
87 가네요 종화 2007.12.25 691
» 철 잃은 꽃들 종화 2007.11.23 735
85 11일 종화 2007.11.12 710
84 공연을 마치고 난 뒤 종화 2007.09.28 638
83 벌써 20년인가 2 종화 2007.02.26 994
82 형나요 , 해남떡 해남후배 2006.12.21 820
81 그러고 보니 종화 2006.11.04 714
80 처음 본 순금부적 종화 2006.11.04 852
79 작업가운데 돌연히 1 우성 2006.04.11 847
78 방을 치우다가 2 종화 2006.02.24 733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Next
/ 6

LOGIN

SEARCH

MENU NAVIG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