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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철이와 함께 한 선술집에서의 어린시절
-- 철이는 지금 넝마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 종화의 친구입니다 어린시절 뒤에다 바구니통을 메고 다니고 손에는 집게 하나를 쥐고 그 집게로 물건을 집어서 바구니에 넣고 그 고물들을 팔아 먹고 사는 그 넝마말입니다
지금은 이 넝마꾼들이 바구니 대신 트럭을 가지고 다닌답니다 참 격세지감을 느끼지요
그 친구와 술 한잔 하면서 나누던 대화중에 자신의 어린시절 이야기 한 토막을 전해주었습니다
그의 순탄치 않은 인생역정을 읽을 수 있는 아픔과 지혜가 동시에 묻어나는 친구의 초등학교 일 학년 때 이야기를 동화적으로 적어보았지요

고향이 함경북도인 할머니와 함께사는 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아빠도 없이 엄마도 없이 딱 둘이서만 그렇게 살아가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전쟁 통에 이산가족이 되어버린 집안의 가족사가 원만할 리도 만무했건만 엎친데 덮친격으로 병마는 엄마 아빠를  빼앗아 갔고 그렇게 할머니와 단둘이 살게 했습니다
할머니는 시골에서 품팔이 밭일도 나갔고 동네에서 하는 무슨 일도 마다 않고 일하시고 손주놈 초등학교 다니는 일을 거들었지만 워낙 많은 나이 탓에 힘에 부치는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런 할머니가 어느 겨울 아주 추운바람이 매섭게 불어대는날 아파서 방에 눕고 말았습니다
철이는 걱정이 되었습니다
할머니가 빨리 일어나야 할텐데 누운 할머니는 자리를 털고 일어설줄 몰랐습니다
집안에 가진 곡식도 떨어지고 할머니의 병은 더욱 깊어만 갔습니다
철이는 배가 고팠습니다
할머니의 미음도 끓여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철이는 고민이 되고 걱정이 되었습니다
더 이상 이대로 있을 수 만은 없다고 판단하고  동네에서 제일 부자인 집에를 찾아갔습니다
아저씨
할머니가 많이 아프고 집에 일용할 식량이 없으니 식량을 좀 내 주세요 아저씨
아저씨는 부자잖아요
사실 그 부자인 아저씨는 동네에서 평판이 좋지 않습니다
많은 논밭을 가지고 소작을 시켜 곡간을 채우고 인정을 배풀지 않는 사람으로 소문이 난 사람입니다
한마디로 마음 고약한 아저씨였답니다
아저씨는 철이를 뚫어지게 쳐다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네가 내게 곡식을 주란 말이지 그것도 공짜로 말이지
나중에 제가 크면 돈 벌어 갚으면 되잖아요
아저씨는 이내 결심이 선듯 말을 이었습니다
좋다 내가 쌀 한가마니를 주마  
그 대신 네가 직접 가져가야 한다
그것도 반드시 가마니 채로 가져가야 한다
철이는 너무나 기뻤습니다
그것도 다른 곡식이 아닌 쌀을 주겠다니 정말 좋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인 일입니까
철이 앞에 놓인 쌀 한가마는 철이의 키만큼 크고 철이의 몸무게의 두배쯤 무거운 무지 큰 쌀 한가마였습니다
철이는 그걸 들 수도 없을 뿐더러 가져갈 수도 없었습니다
철이의 걱정이 커지는 순간입니다  하지만 몸져 누운 할머니 생각이 났습니다
빨리 이 쌀을 가져가서 할머니에게 따뜻한 밥을 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철이는 쌀가마를 가지고 가기로 결심하엿습니다 그리고는 새끼줄을 찾아 쌀 가마니에 묶었습니다 자신의 양 어깨에 새끼줄을 걸수 있게 만들어 놓고 난 후에 양어깨에 줄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사력을 다해 쌀가마를 끌었습니다
쌀 가마를 들 수는 없었지만 줄을 매달아 끌어보니 쌀 가마는 움직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쌀가마는 이동하였습니다
쌀가마를 끌어가고 있는 동안 부자집 아저씨는 뒤를 따라오면서 철이를 지켜 보았습니다
철이는 계속해서 쌀가마를 끌었습니다
집에까지는 큰 길을 따라 매서운 겨울바람에 맞서 혼자 짐 없이 걸어가도 한시간이 넘는거리입니다
지금 이 상태로 쌀가마를 끌어 간다면 아마 날이 몇번 새도 도착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그래도 철이는 악착같이 쌀가마를 끌었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계속 지켜보며 뒤를 따라 왔습니다
얼마를 끌고 갔을까
쌀가마는 서툴게 움직이면서 철이가 끄는대로 따라왔습니다
그러던 중 일이 생겼습니다
큰일입니다
쌀가마를 끌어가다보니 한쪽이 터져버린 겁니다
터진 곳에서 쌀이 쏟아져 나와 버리게 되었습니다
철이는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부자집 주인아저씨는  
니깟놈이 쌀을 가져가겠다고 지나가는 소가웃겠다 이놈아 하시며 박장대소를 하시더니 휙돌아 가버렸습니다
철이는 막막했습니다 쌀가마를 가져가지 못하면 할머니의 병은 더 깊어질것이라는 생각을 할때면 가슴이 미어지는 듯 하였습니다
다시 새끼줄을 동여매어 터진 입구를 막아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힘있게 끌어 당겼습니다
다시 쌀가마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한참을 끌고 가고 있었지만 집까지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멀리 느껴질 뿐입니다
오늘처럼 집이 멀다고 느껴 본 적은 없었습니다
그래도 줄기차게 끌었습니다 그런던 중 철이는 좋은 생각을 하나하였습니다
그리고는 먼저 뒤를 확인하였습니다
혹시 부자집 주인아저씨가 숨어서 지켜보고 있나를 확인 하였습니다 아저씨는 이미 가버리고 아무도 자기를 지켜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찬 바람만이 불고 있을 뿐입니다
철이는 자신이 입고 있던 허름한 잠바를 벗었습니다
그리고 터진 쌀가마를 열어 쌀을 잠바에 싸기 시작했습니다
쌀을 잠바에 싸서 묶어 놓고 쌀가마는 옆 계곡쪽으로 이동시켰습니다 나무와 돌들이 널려있는 계곡 사이에 쌀을 숨겨 놓기로 작정하였습니다
도저히 집에까지 가져 갈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계곡 사이에 숨기고 풀로 잘 덮어두고 잠바에 싼 쌀만 가지고 집을 향해 돌아 왔습니다
철이는 기분이 너무나 좋았습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하여 할머니에게 미음을 끓여 드렸습니다  
다음 날은 쌀을 잠바에 싸서 옮기는 일을 하루종일 왔다갔다 하면서 하였습니다
해가 떨어질 저녁이 다 될때가지 쌀을 조금씩 싸서 옮기는 일을 계속하다보니 어느새 쌀이 집으로 다 옮겨지게 되었습니다
철이는 매일같이 할머니의 병간호를 정성껏 하였고 밥을 지어 할머니가 먹을 수 있게 하였습니다
하늘도 철이의 마음을 알았는지 할머니의 병이 났게 되었습니다
할머니가 다시 예전처럼 건강해졌습니다
이제 철이는 다시 걱정이 없어졌습니다
학교도 열심히 다닐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할머니는 건강해지고 철이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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