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09.22 22:43

모기 한마리

조회 수 305 추천 수 0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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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 한마리

아파트 상가에 있는 작업실 근처에는
고등학교까지 뽀짝 붙어 있어서 나무가 참 많다
그래서 그런지
여름이면 모기가 득실거린다
아무리 문을 닫아 놓아도 어떻게 들어오는지 모를 일이다
지금은 초가을이 되어
밤이면 찬기운이 가득한대도
모기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밤을 새며 일을 하다 컴퓨터 앞으로 슬쩍 지나가는 모기를 보고
잽싸게 손바닥을 쳐 잡으려 했는데 오발이었다
두 눈을 부릅뜨고 모기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따라가다
또 손바닥으로 때렸다 또 오발탄이다
결코 질 수 없다는 결연한 각오로
두 눈을 까 뒤집고 모기를 따라가면서
연속해서 손바닥을 정신없이 후려쳤다
간간히 타격을 받은 모양이다
아까보단 움직임이 둔해졌다
그런데 이 놈이 나의 키를 훨씬 넘는 천정쪽으로 붙어버렸다
이에 질세라 나는
다시 탁자를 움직여서 딛고 올라가
천정에 달라 붙으려는 그 놈을 향해 돌진하는 순간이었다
탁자를 잘못 딛어버렸다
한쪽 가장자리를 딛고 실내화를 들고 힘껏 후려치는 순간
탁자는 여지없이 기우뚱 했고
나는 바닥으로 나뒹굴어 지고 말았다
무릎이 탁자 모서리에 부딪혀 깨졌다
무릎뿐만이 아니다
허리도
머리 한쪽도
잘못 짚은 손목도
완전히 대형사고다

후하--
환장할 정도로 억울한 모기사냥의 실패다
이 억울함을 어디다 하소연할꼬
불쌍한 이 놈의 청춘을 어찌하면 좋을꼬
한 걸음도 제대로 못딛겠다
새벽 늦게까지 일하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그깟 모기 한마리 때문에 이런 처절함을 뒤집어 써야 하다니 ...

조카가 내앞에서 자전거를 두 손놓고 타보이겠다고 자랑하며
줄창 달리다 두 손을 놓은 적이 있었다
놓자마자 바로 옆 공사장 모래 구덩이로 쳐박히고 말았다
안경쓰는 아이인지라 안경부위를 중심으로
모래가루를 완전히 뒤집어 썼다
일으켜 주지는 못할 망정
얼마나 웃기든지
울고 있는 조카놈을 달래지도 않고 막 웃었다

조카가 오늘 이런 나의 모습을 보면
새벽 모기쇼를 하다 나뒹굴어진 나를 보면
얼마나 재밌다고 웃을까

죄짓지 말고 살아야지
하아
무릎이 아프다
무릎의 아픔을 넘어
모기 한마리조차 이기지 못하는
이 놈의 가슴이 참 쓰리다
?
  • ?
    유화 2002.12.17 11:07
    모기 만세!!!!!!!!!!!
    그 독한 종화 선배를 이기다니 음... 모기 투쟁에 힘찬 박수 를 ㅎㅎㅎㅎㅎㅎㅎ
  • ?
    종화 2002.12.17 18:46
    너 계속 그럴래?
  • ?
    유화 2002.12.18 15:23
    우쒸~꼬리글 달아 줬꼬만 와 구박이야~
    모기 한테 일러 가꼬 팍!!!!!물어 주라 뿔라~~~~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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