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1.13 00:13

젊은이여 분노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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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이여 분노하라

1979년 10월 어느 날.
내가 고등학교 일학년 때, 아침 등교 길 버스에서 박정희 대통령 사망 뉴스를 들었다. 나는 나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만큼의 큰 슬픔으로 눈물을 흘렸다. 내가 배운 것에 의하면 대통령이 아버지보다 더 위대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다음 해인 1980년엔 광주민중항쟁인 5.18을 맞았다. 고등학교 2학년의 나이로 유신교육과 내려 먹이기식 독재학습에 찌들대로 찌들어 버린 나로서는 군인이 총칼을 들고 시민을 죽이는 현상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 후 대학에 들어가서 나는 엄청난 지적 소용돌이에 휩싸여야 했다.
우리나라의 대통령이란 자가 일제 모리배들의 앞잡이였다는 사실을 안 이 후 나의 모든 것은 허망한 지적 공황에 빠져 들고 말았던 것이다. 입학식을 하러 간 대학교의 정문은 경찰이 막아서서 검문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부터 뭔가 잘못됐다는 사회적 인식은 나를 어둠으로 데려가더니 쥐새끼처럼 모든 것을 닥치는 대로 물어뜯기 시작했다. 물어 뜯겨 찢겨져 가는 과정에서도 가장 참을 수 없었던 것은 바로 친일의 역사였다. 친일분자들이 이 나라의 권력을 틀어쥐고 그의 자손들이 다시 선대의 부귀영화를 이용해 행복한 부를 누리면서 인텔리가 되어가는 아주 자연스런 사회현상이 나를 몸서리치게 했다. 청운의 뜻을 품고 대학에 들어 온 나의 정체성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를 도대체 알 수가 없었다.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열심히 공부하고 학점 잘 따서 사회에 나가 좋은 직장에 다니면 그만인가. 과연 인생이란 것이 그런 것인가. 이 두 갈래 길에 서서 고민하던 청춘은 결국 육체적 행복보다는 사회 정치적 고난의 길을 선택하였다. 그 것 이 진리이고 진리로 나아가는 지성인의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학이라는 곳이 직장 구하기 위해 들어가는 곳이 아니라 진리를 추구하기 위해 들어가는 곳이라면 마땅히 택해야 할 길이었다. 대학을 나와 제 전공을 찾아먹는 이가 과연 몇이나 된단 말인가. 대학졸업 하고도 치킨장사하고 식당하고 술집하고 농사짓고 뭐 그렇고 그런 것인 인생 아니던가 하는 마음으로 나는 지식인으로서의 기득권을 버렸던 것이다.

어찌 이게 나만의 고뇌와 노정이었으랴!
수많은 청춘들이 그렇게 고난의 길을 택하며 조국과 민족에 대한 사랑을 염원하며 고난의  길로 들어섰던 것이다. 그리고 모든 사회의 비민주와의 싸움전선에서 선봉을 자임하며 달려  나갔다. 역사는 애달픈 청춘들에게 먹이라도 주듯이 보일 듯 말 듯 앞으로 아주 조금씩  전진하였다. 그리고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는 것이다. 싸움과 상관없이 자연적으로 이렇게 변했다고 생각하는 이가 있다면 그 생각을 바꿔야 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없이 많은 피와 눈물을 흘리면서 민주를 향한 깃발을 든 이들이 죽순처럼 일어서지 않았다면 오늘의 조국도 없을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제 세월이 흘러 그 시대의 청춘들은 퇴색이 되었건만 푸른빛의 기운이 다시 돌기 시작했 다. 고통만이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달려오다 보니 그 무엇 하나 반듯 한 게 없는 그들에게 무엇보다 값진 희망의 싹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밥도 옷도 황금도 그 무엇도 아니다. 그 것은 바로 [친일인명사전]의 발간이다. 개인의 한을 넘어 한 시대의 청춘들의 적개심을 넘어 민족의 한이 되었던 친일의 문제가 드디어 희망의 여의주를 물고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게 도대체 뭔가!
개인의 안락을 위해 나라를 팔아먹고 민족을 팔아먹고 애국자들을 수렁에 밀어 넣었던 이들이 버젓이 애국자로 둔갑한 역사를 바로 잡아 쓰겠다는데 그 걸 못하게 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나는 다시 한 번 불타는 적개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역사를 올바로 규명하겠다는데 진보와 보수의 구분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민족의 반역자들이 숭배 받는 어처구니가 없는 역사적 왜곡을 바로 잡겠다는데 노소의 구별이 있을 수가 있는가!
나라를 위해 온몸을 바쳐 산화해 간 애국자들을 숭배하자는데 좌파와 우파가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친일의 역사를 규명하는데 왜 진보와 보수를 들이대는가!
반역의 무리들이 기록한 오욕의 역사를 바로 잡자는데 노인과 젊은이의 구분이 가당키나 한 것인가!
왜 좌파와 우파를 들이대며 친일의 본질을 흐리게 하는가!
왜 그러는가 그 근본적인 이유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모르겠다.
친일파의 자손이거나 그와 어떤 식으로든 관련 있는 한줌도 못되는 것에서부터 누릴 것이 많은 기득권에 매달려 있는 자들의 악착같이 살아남기 위한 발악인가 아니면 그저 살아 온 대로 살아야 한다는 무지의 소치인가 아니면 막가파식 정치적 이해타산에 따라 움직이는 꼭두각시들의 군상인가 라는 생각 외엔 그 이유를 알 길이 없다.

나는 다시 정신적 패닉상태에 빠졌다.
친일규명을 반대하는 이들은 마치 목숨이라도 걸고 달려들듯이, 여기서 밀리면 모든 것을 잃게 되는 것처럼 달려든다. 하지만 친일을 규명하고자 하는 주체들은 처벌하자는 게 아니라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아 진정한 국민적 화해와 상생을 위해 가고자 한다.
누가 옳다고  생각하는가?
보는 이에 따라 생각은 다를 수도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이런 싸움에서는 목숨을 건 이가  이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화합과 상생의 고귀한 뜻은 또 다시 역사의 언덕을 어렵게 넘어가야만 한다. 그러니 어찌 패닉상태에 빠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 땅의 젊은이여!
진리와 정의를 두려워하지 않는 대한민국의 진정한 젊은이여 분노하라!
불의에 대한 불타는 적개심을 품어보지 않은 이는 결코 진리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할 수가 없다. 진리가 불의에 당하는 처절한 아픔 속에서 분노를 알아가는 것이고 거기에서 정의에 대한 사랑은 봄날 새순 돋듯이 돋아나는 것이다.
참 역사를 외면한 민족은 이미 죽어버린 민족이다. 죽은 시체더미를 강산으로 품고 살 수는  없을테니 분노하라.
‘나 하나쯤이야’ 가 아니라 나 하나만이라도 분노하고 나로부터 결사하라.
이 나라는 그대들의 손에 달렸다.
우리민족의 미래는 그대들의 것이다.
피투성이가 될지언정 그대들의 것은 그대들이 지켜라.
잘못을 반성할 줄 아는 그대들의 땅을 만들어라.
화합과 상생이 온 산천에서 큰 물줄기로 흐르게 반드시 만들어라.
안중근이가 이등방문을 쏘았으니 의사이고 김일성이가 이등방문을 쏘았다면 테러분자라는 이상하고도 이상한 이 사회의 공식을 과감히 부수어 버려라.
매국노가 애국자로 인정받는 사회거든 제발 쓸어버려라.
   박종화(시인 겸 민중가요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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