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팽목항에 가면
조국이 없다
죽어버린 아이들의 시체뿐인
팽목항에 가면
더 이상 조국이 없다
간절한 소망을 두 손으로 움켜 쥔 채
살려달라 애원하며 부여잡은 치마폭을
먼지 털 듯 털어 내는 어머니가 조국이라면
아무 것도 쓸모가 없는 조국인 거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망망대해 퍼져가는 숨 막히는 몸부림을 짓밟고서
유유히 도망쳐 간 당신이 어머니라면
에오라지 참살뿐인 이 순간까지
끝끝내 제 살길만 으르렁대는 괴물 같은 당신이 어머니라면
이런 똥창 같은 땅에서 울부짖게 한 당신이 어머니라면
불타는 적개심으로 조국은 없는 거다
권력에 미쳐 돈다발에 미쳐
청초한 순결의 꽃다운 목숨을 빼앗고도
앵무새처럼 반복되는
똑같은 말로 남 탓이나 해대며
지구에 있는 모든 거짓말을 동원하는 당신이 어머니라면
눈을 뒤집고 찾아봐도 조국은 없는 거다
암흑 물 속
녹슨 철판에 갇혀
손마디 으스러지도록
생명줄을 부여잡고
마지막으로 불렀을 당신의 이름/어머니
아
누가 조국을 어머니라 했는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채로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는 채로
눈물로 발등만을 적시우고 있는 내가
무슨 조국이 있겠는가
무슨 어머니가 있겠는가
수백 수천을 넘어
국민 전체의 영혼까지 황망한 바다 속에 생매장시켜버린
조국은 도대체 누구인가
누가 조국을 어머니라 했는가
어머니
당신은 없는 거다
벌떼처럼 일어서지 않는 한 없는 거다
폭풍처럼 휘몰아치지 않는 한 없는 거다
진실이 묻힌 저 바다가 우레 같은 통곡으로 울고 있는 한
이 지구에서 더 이상 우리의 조국은 없는 거다
팽목항에 가면
조국이 없다
팽목항에 가면 조국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