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1.23 15:10

철 잃은 꽃들

조회 수 58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철 잃은 꽃들

종화의 제2 작업실 산장 앞마당에
동백이 화들짝 피어 올라 마음을 달뜨게 하고 있다
오래된 진달래가 내내 꽃을 피우고 있더니만
이번엔 흰 동백과 연분홍 동백이 흐드러졌지 뭐니
꽃들이란 게 본시 한 번의 꽃을 피워내기 위해
울고불고 난리를 치며 버틴다더니만
이 놈의 산장에는 버티고 울고불고 할 시간이 없나보다
아무 때나 꽃이 핀다
그러다 보니 작업실 산장에는
꽃이 피지 않은 달이 일년이면 단 한 달도 없다
300구루가 넘는 동백은 수십 종의 다양한 꽃을 피워내면서도
철을 잃은 놈들이 꼭 한 두 놈씩은 있어
철도 아닌 지금에 흐드러지기도 하고
철쭉이 때 아니게 피기도 하고
도화가 살며시 낯을 내밀기도 하니
하물며 들꽃들은 말해 무엇하랴
눈 속을 뚫고 피어나는 민들레도 있고 엉겅퀴도 있고
잡스런 풀들은 죄다 철을 잃어버린 것 같다
저러다 봄이 오면 또 꽃을 피워내야 할 것이니
참 속도 많이 아프겠다
술 진탕 마시고 다음 날 꼬꾸라져 일어나지도 못하고
눈만 껌벅이며 천장만 쳐다보게 하는 내 속보다
한 100배는 더 아프겠다
철을 잃어버린 조국산천이 안쓰러운데
늦가을 하늘은 왜 이리도 푸른지 나도 모를 일이다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7 슬럼프 4 종화 2010.12.04 273
36 이제사 철이 드나봐요 박종화 2002.10.06 273
35 가을 한 편 2 종화 2009.10.20 262
34 행님요~~~ 1 오종선 2004.12.22 261
33 꿀맛같은 휴식 4 종화 2010.03.05 258
32 소포를 싼다 박종화 2002.09.20 257
31 의로운 사람... 종화 2002.09.30 255
30 사랑할 수 밖에 종화 2002.09.05 253
29 착각 종화 2003.03.03 252
28 춥다 1 박단 2005.02.20 251
27 참으로 씁쓸하다 종화 2003.06.24 251
26 무제 종화 2003.05.23 250
25 단이 결이가 대학에... 3 종화 2013.01.30 246
24 도둑놈 종화 2002.10.01 241
23 기억력의 끝이 보이기 전에 종화 2003.06.04 239
22 불길처럼 타오른다 종화 2002.11.30 237
21 핸드폰 종화 2003.07.03 235
20 공단에서 1 종화 2010.01.21 232
19 진정한 아름다움은 박터지게 싸우는 것이다 종화 2002.09.23 226
18 이상하게 살아가는 놈 종화 2012.07.08 223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Next
/ 6

LOGIN

SEARCH

MENU NAVIG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