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11.23 15:10

철 잃은 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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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잃은 꽃들

종화의 제2 작업실 산장 앞마당에
동백이 화들짝 피어 올라 마음을 달뜨게 하고 있다
오래된 진달래가 내내 꽃을 피우고 있더니만
이번엔 흰 동백과 연분홍 동백이 흐드러졌지 뭐니
꽃들이란 게 본시 한 번의 꽃을 피워내기 위해
울고불고 난리를 치며 버틴다더니만
이 놈의 산장에는 버티고 울고불고 할 시간이 없나보다
아무 때나 꽃이 핀다
그러다 보니 작업실 산장에는
꽃이 피지 않은 달이 일년이면 단 한 달도 없다
300구루가 넘는 동백은 수십 종의 다양한 꽃을 피워내면서도
철을 잃은 놈들이 꼭 한 두 놈씩은 있어
철도 아닌 지금에 흐드러지기도 하고
철쭉이 때 아니게 피기도 하고
도화가 살며시 낯을 내밀기도 하니
하물며 들꽃들은 말해 무엇하랴
눈 속을 뚫고 피어나는 민들레도 있고 엉겅퀴도 있고
잡스런 풀들은 죄다 철을 잃어버린 것 같다
저러다 봄이 오면 또 꽃을 피워내야 할 것이니
참 속도 많이 아프겠다
술 진탕 마시고 다음 날 꼬꾸라져 일어나지도 못하고
눈만 껌벅이며 천장만 쳐다보게 하는 내 속보다
한 100배는 더 아프겠다
철을 잃어버린 조국산천이 안쓰러운데
늦가을 하늘은 왜 이리도 푸른지 나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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