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의 바다
....이종린 의장님을 떠나보내며
물고기는 물속에서 놀아야 산다는
누구나가 다 아는 말도
물을 떠나면 바로 죽을 수밖에 없다는
너무나도 쉬운 말도
우리에게 빗대어 말씀하시면
뼈 깊은 반성으로 돌아오게 하시던
당신의 넓고 넓은 자주의 바다에서
우린 살았습니다
모든 두려움을 물장구로 쳐내고
온몸으로 통일을 외치며
돌아 올 생각도 없이 기쁘게 손을 내저어
거친 물살을 가르고 또 가르면서
큰 바다를 향해 나아갔습니다
행여 동지들이 지칠세라
깊고 깊은 투쟁의 바다
피눈물로 채워진 민중의 바다에서
언제나 사랑의 눈을 뗀 적이 없었던 당신
이십 삼십 사십 오십 육십 칠십 팔십넘어 구십까지
그리고 다시 일백성상을 결코 마르지 않게 물을 채워 두신
당신이 껴안은 세상에서 가장 큰 바다
조국통일의 바다에서 산산이 부서진 채로
우리를 헤엄치게 하셨습니다
아
정말로 서럽습니다
당신이 서러워 아니 갈라진 조국이 서러워
심장마저 눈물을 떨구고
머리 어깨 가슴 발끝 육신 전체가 눈동자가 되어
서럽게 서럽게 숨죽여 울고 있습니다
세월의 나이도 조금씩 나누어서
젊은 동지들이 대신 먹어주면 좋으련만
어째서 어찌하여 분단의 세월은 이리도 무심하더란 말입니까
벌써 선생님이 그립습니다
아들 손주같은 나이여도 동지라 부르셨던 그 음성이 그립습니다
빗발치는 최루탄 폭음속에서도
화사한 얼굴로 건네시던 따끈한 컵라면 한 종지가 그립습니다
단 한 번의 돌아봄도 없이
조국통일의 한 길만을 걸어오신 그 한 평생이 간절하게 그립습니다
민족대단결 삼자연대 깃발을 죽어도 버릴 수 없다는
반미자주의 강철신념이 미칠 만큼 그립습니다
분열 때문에도 그립고
비겁과 오욕 때문에도 그립고
나약해져 가는 이놈의 전선 때문에도 그립고
허우적대는 나의 실천과 사상 때문에도
목울대 우는 사무침으로 그립습니다
이종린 선생이시여
우리를 지켜주소서
가끔은 흔들리더라도 쓰러지지 말라며
손잡은 채 우리를 지켜주소서
죽어도 산 것 같이 우리와 하나 되어
이 비참한 조국과 우리의 운명을 불쌍히도 지켜주소서
이름만으로도 거룩한 조국통일의 전사
애국전선의 자랑찬 이종린 동지여
당신이 채워주신 장대한 자주 민주 통일의 바다에서
지치고 아프고 춥고 배고플 때
최후의 통곡처럼 조국통일 만세를 외칠테니
바다만큼 큰 영혼으로 들어주소서
만세 만세
조국통일 만세
만세 만세
조국통일 만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