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05.04 22:26

5월의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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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친구

詩/김양일

친구야!
5월이 왔다.

서투른 솜씨로 장구를 치고
서투른 솜씨로 노래를 부르고
서투른 솜씨로 탈춤을 추고
서투른 솜씨로 무대에 서자던

빗발치는 5월의 햇살
온몸으로 받아내고
얼기설기 엉키는 인생길
굿거리 장단을 풀어두고
희노애락을 그려 보자던

친구야!

검은 안개가 내리는구나
검은 바람이 부는구나
으스스한 잔 떨림이 이는구나
북풍 한설이 이보다 매서울까

차디찬 콘크리트 빌딩 숲
구멍난 공간에
달빛 고운 하얀 나비
팔랑팔랑 내려앉는다.

두 평 남짓한 골방에서
허덕거리는 가슴에도
하얀 나비는 내려앉는다.

친구야!


항간에 떠도는 가당치도 않은
저들의 노림 수에 돌을 던지자던
풀꽃들의 노래를 부르자던
풀꽃들의 몸부림을 춤 추자던
풀꽃들의 애환을 무대에 올리자던
5월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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