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내가 손을 내밀면 살며시 볼을 내밀면
나의 손에서 나의 볼에서 고와지는 햇살
저 창살에 햇살이 옥 창살에 햇살이
살금살금 찾아와 방 깊숙이 자라나
나의 목에 와서 감기면 그대가 짠 목도리 되고
나의 입술에 와서 닿으면 젖어드는 그대의 숨결
[창작노트]
끔찍했던 1988년
0.75평 안양교도소 시절이 생각난다
여름에 낮잠 자고 있으면 뺑기통(변소)에서 기어 나온
구더기가 입 벌리고 자는 내 입속으로 들어와 간지럽히면
나도 몰래 콕 씹고
톡 터지면
화들짝 잠에서 깨던 그 시절
겨울이면 물통에 받아놓은 물이
밤새 얼어버리는 차디찬 방안에서
김남주의 시 ‘저 창살의 햇살이’를 낭송하고 있노라면
창살 새로 스며드는 햇살이 어찌 그리도 그리웠던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