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3집 [바쳐야한다]]

투쟁의 한길로

by 2019-11-02
가수박종화 앨범창작3집 [바쳐야한다]
작곡가박종화 작사가박종화
편곡가 재생시간04:09
태그

1. 역사의 부름앞에 부끄러운 자 되어
조국을 등질 수없어 나로 부터 가노라
풀 한포기 하나도 자유로울 수 없는
식민의 땅 아들아 어서 일어 나거라
붉은 태양 떠올라 깃발이 서면
탄압의 총소리 나를 부르는 함성

나서거라 투쟁의 한길로 산산이 부서지거라
그대따라 이내몸도 투쟁의 한길로


2. 기쁠때 같이웃고 슬픔은 나눠가져
우리모두 더불어 사는 새날위해 나가자

이땅의 청년들아 너와내가 하나되어

향그러운 우리강산 손을 잡고 달려가자
붉은 태양 떠올라 깃발이 서면
탄압의 총소리 나를 부르는 함성
나서거라 투쟁의 한길로 산산이 부서지거라
그대따라 이내몸도 투쟁의 한길로

 

* * *


강경대 열사가 쓰러지던 날.
묶여있는 수인인 채로 무기력한 내 대신 투쟁하는 노래가 있었으니 그 노래가 '투쟁의 한길로'다.
뜨거운 조국사랑이 죽음으로 쓰러져야만 하는 상식으로는 해석하기 불가능한 앞뒤 맞지 않는 척박한 이 땅에 어찌할 수 없는 분노로 징역생활을 해야했던 91년 오월이었다.십분 남짓 다녀오는 면회를 통해 간간이 듣는소식과 신문보도를 통해 만난 '투쟁의 한길로'는 살아남은 자의 극도의 부끄러움을 요구하고 있었다.
경대의 생전의 모습속에 따라 다녔다는 '투쟁의 한길로'가 신문난에 소개되었다.추모장에서도 간간이 애도가로 함께 하더니 오월 내내 모두가 함께 부르는 노래로 번져감을 피부로 느끼게 되었다.어찌하여 노래는 경대를 딛고 섰는가.누가 묻지도 않는 자책감이 징역을 감돌았다.노래를 딛고 일어서는 경대를 봐야 마땅하거늘 나의 눈과 귀는 곁에서 아무리 아니라고 하여도 여전히 경대를 딛고 일어선 노래일 뿐이었다.이어지는 죽음들에서도 나의 노래가 따라 다니고 있음을 월간지나 기타 여러 소식을 듣고 여전히 느껴야했다.이내창 열사가 그렇게 되던 날에도 나의 노래는 추모장을 덮어 주었다.어울리지도 않는 장송곡이 되어 감싸주었다 내창이가 평소에 가장 잘 불렀다는 이유로 말이다.
죽은 뒤에 따라붙는 노래가 되어 그날 징역도 그렇게 울어야 하는 건지,뭐가 잘못된 건지 도통 알길이 없다.
갑자기 징역이 무서워 진다.
내가 갖혀 있다는 사실도 두려워 진다.
그토록 포근 하기만 했던 한 평 감옥이 나를 짓누른다.
밖에서 열쇠를 채웠다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강박관념으로 다가오고 급기야 숨이 막혀 죽을 지경까지 된다.
이렇게 해서 나도 정신병 환자가 되고 마는가.모든 것이 두려워진다.동지들에게 그런 현상이 밤이면 찾아 온다고 말할 수도 없고 그런 사정속에서 이겨나야 할텐데 제대로 마음처럼 생활은 되지 않는다.몇날 며칠을 헤매면서 흘리는 식은땀은 핏물과 같은 것이었다.이런 증세로 고통을 받는 사람을 지금은 가슴으로 아파해 줄 수 있을 것 같다.그만큼 경험이 나를 고통스럽게 했으니 말이다.헤어나기 위해 거의 몇분도 다른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귀를 틀어 막고 학습하고,피곤하여 아침에 제대로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제자리 뛰기,팔굽혀펴기등 갖가지 방법을 다 동원 했다.
스스로 이겨 내기까지 내가 노래 만들고 있다는 것에 강한 회의를 떨쳐버리지 못했다.왜 그래야하는지 조차 본질적 이유를 모른 채로 노래가 싫어지기도 했다.그러든지 말든지 노래는 오월하늘을 메아리쳐 갔다.투쟁의 한길로 일어서는 민주의 함성이 되어 퍼지고,금남로에 모인 사람들의 발밑에 깔려 꿈틀거리고,운암동 진격작전의 산을 타고 질기게 바둥거렸다.

그날의 죽음들로 불어닥친 회오리는 이 후 창작작업에 상당부분 진로를 점검하게 했다.지금 간단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창작진로를 밝히는데 개인에게 있어서는 한 획을 긋게 했다.무엇을 경계해야 하고,어떤 노래를 만들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유일한 길은 아닐지라도 그길로 가는 길들을 가르쳐주었다.지금도 그 때 결심했던 방식이나 방향대로 노래를 만들려 애쓰고 있다.앞으로도 그럴 작정이다.

화제를 바꾸어야 겠다.
어떤 친구는 나를 쥐며느리나 거머리쯤으로 지저분한 벌레에 비유했다.별로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다.웬지 쑥쓰럽게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곰곰히 생각해 보건데 그런 비유는 틀림없는 듯도 하다.조그만 주둥이로 악착같이 빨아들이는 생활을 하는 것은 사실이다.창작과정도 마찬가지다.당치도 않게 장조를 단조로 끼워 맞추기도하고,화음이 다른 것을 순식간에 얼버무려 놓고도 아무런 가책도 없어하고 음색이 전혀 다른 노래들을 반씩 갈라붙여 버리기도 한다.음악을 조금이라도 아는 친구라면 그 때마다 어이가 없어 곧장 말문을 닫아버리곤 했다.이유가 어떻든 다음날이면 새 노래가 되어 나온다.이런 창작의 과정에서 얻은 것은 별로 없다.그저 잘못된 습성만을 배우게 한다.그런 방식은 내가 말하는 문예의 섬멸전과도 사상적 접근이 이루어지지 못한다.빨리빨리 시간에 쫓겨 완성해야 하는 조급성에 기인한 습성이다 눈가리기식 속임수에 불과하다.내가 나를 지금 모질게 질책하는 것 같지만 이런 요령을 독자는 피우지 말라는 의미에서 적어 보았다.
'투쟁의 한길로'가 탄생할 무렵에 두 곡의 노래가 절실히 필요하게 되었다.그 중의 한 곡 (투쟁의 한길로)은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다른 한 곡은 엉망이었다.비겁한 생각 끝에 '투쟁의 한길로' 전반부를 다른 한 곡과 서로 바꿔치기 했다.두 곡다 제법 쓸만한 노래로 만들기 위해서다.서로간 선율 진행이 달라 많은 수정을 요구하긴 했지만 귀찮음은 잠시 뿐 잠을 청하고 드러누울 무렵은 두 곡 다 썩 좋은 곡이 되었다는 생각으로 홀가분한 기분이었다.다음날 문예일꾼앞에 급하게 필요하게 된 신곡들을 내놓았을때 어제의 썩 좋은 감정은 어디론지 사라져 버리고 그렇게 창피한 기분일 수가 없었다.
왜! 그랬을까!
밤과 낮의 정서의 차이일까? 피곤한 몸에서 보여진 착각 현상이었을까?기본적인 문예자의 양심이 내비칠정도로 부끄러운 마음이었을 때가 그때였다.
창작을 하다보면 실재 곡을 쓸 때와 마친 뒤 다시 불러보고 확인할 때는 상당한 정서적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그래서 창작품은 상당한 시간을 두고 확인해보는 확인작업이 필요하다.확인작업이 많을수록 작품은 빛이 난다.결국 조급성은 창작의 최고의 적일 뿐이다.
당연히 한 곡을 포기해야 했고,쓸 만한 한 곡이나마 다시 원래대로 복원하여 내놓아야 했다.때문에 노래 한곡이 부족한 채로 다른노래와 시로 행사내용을 채워냈다.계획대로 해냈어야 할 과업완수에 실패한 것이다.과업완수의 실패가 오늘의 '투쟁의 한길로'를 있게한 것이다.우스운 얘기지만 전화위복이란 말이 여기서 어울릴까.
창작이란 것은 자신의 전일적 삶과 투쟁의 예술감동으로부터 출발하고 끝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즉 생활 속에서 어우러지는 우리의 삶과 투쟁을 노래하라는 것이다.실재 높은 예술성과 내용성을 채운 작품은 그 안에서 탄생한다.물론 창작자는 다양항 사람들의 정서에 복무할 필요가 있다.그럴려면 부단한 자기 훈련이 필요하다.능수능란하게 언제 어디서든 작품을 내 올 수 있는 첫 걸음은 여러군데서 시작할 수 있겠지만 올바른 방도는 하나다.자신이 살고있는 사회와 역사와 환경 및 투쟁의 현장에서 출발하는 길이다.관념에만 머물러 있으면서 책상에 앉아 무엇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면 그 결과는 부실할 수 밖에 없다.그저 시와 때를 가려 적절히 필요조건을 갖추고 실천예술을 말한다면 거짓이다.진실로 대중의 사랑을 받는 노래는 주체의 실천 한 가운데에 있다.이 시기에는 이런 노래가 필요하고 다음 시기엔 무슨 노래가 필요한가 정도의 판단은 고민하는 창작주체가 아니라도 쉽게 내올 수 있다.그런 고민이 중심이 아니다.이런 노래가 필요한 시기이다라는 판단이 중심이 아니라 그런 조건이 필요한 시기에 가장 큰 자신의 예술감동은 무엇인가가 중요하다.내일을 내다보며 오늘을 실천해 나가는 소중한 동지들의 모습이 중요하다.그 모습에 귀 기울일 때 창작품도 자연스럽게 그 시기에 맞는 노래를 따라간다.문예현장은 경쟁하는 곳이 아니다.
악법철폐를 위해 싸울 시기이기 떄문에 노래꾼 모두가 악법 철폐가를 만드는 일에 매 달릴 수는 없지 않는가.그러다가 서로 방관한 채 아무도 만들어 내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마음 자체도 기우에 불과하다.그렇다면 누가 만들것인가.실천 중심에 가장 가깝게 던져진 일꾼이 만드는 것이 합당하다.그 많은 일꾼중에 실천 중심으로 가깝게 서 있는 사람이 없다면 말이 되겠는가.최소한 중심에 먼저 가고자 하는 사람이라도 있을테니 시기의 절박성에 따라 필연적으로 만들어진다.때문에 창작은 어떤부류의 노래이더라도 중요한 것은 실천영역의 중심이요,삶의 직접적인 체현이다,80년 오월을 온통 징역에서 보낸 사람이 그 어떤 문예꾼 보다도 생동감 있게 오월을 노래 했다는 것은 밖에서 버젓이 지켜 본 주체들이 부끄러워 해야 할 일인가,아니면 감탄의 연속으로만 바라볼 것인가 생각해 볼 일이다.이런 물음도 삶과 투쟁의 민중체현을 결코 놓지 말자는 데 있다.이런 나의 생각들을 져버리고 바쁜 일과속에 쫓기면서 하마터면 '투쟁의 한길로'는 눈을 뜨지 못할 뻔 했다.글을 쓰다보니 실지 알맹이는 아직도 말하지 못하고 있다.부지런히 가야겠다.

'투쟁의 한길로'의 출발점은 간단한 곳에 있었다.
내가 만든 노래가 거의 비슷비슷해서 갈수록 참신한 맛이 떨어져 간다는 이름도 얼굴도 모르던 한 대중의 지적이 그것이다.
부담을 주지 않는 노래로써 내용도 가볍게 하여 생각하지 않아도 쉽게 부를 수 있는 경쾌한 노래 한 곡 만들어 보라는 애정어린 충고에서 부터다.가벼운 것 같으나 흘려버릴 수 없는 뼈아픈 지적 앞에 충분히 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진지한 고민을 하게된 계기점 앞에 무기력하지 않는 나를 확인하고 싶었다.
끊임없는 창작고민은 제일 먼저 함께 부를 수 있는 곳으로 줄달음 쳤다.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이려면 함께 투쟁하고 있는 곳에서 종자를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집회장 분위기는 결의로 가득 찼고 사회자의 연설이 친숙하게 다가온다.나도 예전에 저 자리에서 메가폰을 들고 식상하지 않는 말로 대중을 만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던가.보이지 않는 곳에서 남몰래 선전선동 연습도 하고,몸짓도 연구해 보던 그 시절이 새록새록 떠올라 집회장으로 자꾸만 나를 끌여 놓는다.
선동이라는 것 자체가 대중의 감동을 불러 일으켜야 할 본질적 임무를 갖고 있으며 다분히 문학적이지 않으면 부족함을 금새 느껴야 하니,사회자는 오늘도 어제의 보이지 않는 자기 노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사회자의 말들을 하나하나 들으면서 내가 그곳에 서서 대중에게 인사말로 던지곤 했던 귀절을 떠올렸다.나를 소개하면 걸어나와 대중을 호칭하는 약방의 감초격으로 끼어드는 말은 '투쟁의 한길로` 가사의 첫 구절이 되었다.
"풀한포기 하나도 자유롭지 못한 식민의 아들 딸들이여!
역사의 부름앞에 부끄러운자 되고자 하는가.
험난한 노정을 넘어 역사의 승리자가 되고자 하는가."

유치하리만큼 단순한 호칭하나가 생각났을 때 '투쟁의 한길로'는 완성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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