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6.24 17:48

낮술에 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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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술에 취해

장마가 지려나 비가 연일 온다
무척이나 비를 좋아하는 습성탓에 기분이 참 차분하다
농사짓는 사람들 피해는 또 없으려나
장마로 인해 수몰지구는 또 안생기려나
이런 걱정 좀 안하고는 살 수 없는 것인지
씁슬한 맘은 여전히 달랠 길이 없다
좋아하는 비마저 사회적 환경에 짓눌려야 하며 걱정을 앞세워야 하는 조금은 비겁한 글들을 주어 담으면서 한 곡을 소개한다

1998년 초여름이던가
그 날도 우라지게 비는 내리고
삼층 작업실 현관문을 타고
급기야 안으로 까지 비가 새어 들어오는 날이었다
언제는 뭐 편한한 마음으로 살았겠는가만은
그 날 역시 참으로 많은 걱정거리들을 가슴에 담고 있었던 날이다
에라 모르겠다하는 심정으로 낮술을 마셔댔다
사실 난 밤술보다는 낮술을 즐겨마시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낮술이 습관이 되어서 자주마신다
밤에는 작업을 해야 하는 직업의 특수성 때문에라도
습관은 나에게 자연스런 현상이었다
모든 일상이 남들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낮에 자고 자고 밤에 일하고
그런 생활이 일년 이년 아닌 십수년을 계속하다보니 그렇게 되고 말았다
어쨌든  아무도 없는 나만의 공간인 작업실에서 처량하게 술한잔을 기울였다
그러다 보니 혼자만 비오는 날에 오후를 흘려보내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고
나는 여러 지인들에게 전화를 돌리고 이놈저년 나를 찾아 작업실로 모여들게 할 량으로 ...
비는 오고 술이 있고 한쪽에서는 파전을 부치고 그렇게 먹고 마시고 돌아가는 동지들이 있다면 답답한 가슴도 조금은 풀릴것 같았기에
연락을 취해보지만 나처럼 대낮에 그것도 비오는 날에 시간을 술과 함께 내줄 사람은 없었다
여전히 나의 마음은 여전히 답답하기만하였다
아침인지 저녁인지 그저 훤하면 낮이고 캄캄하면 밤이란것 외엔 아무생각이 없다
다시 누군가를 찾는다
전화 번호부를 뒤적거리고 함께 술을 마실 사람을 찾아 전화한다
불쌍한(?) 후배 한년이 걸려들었다
자기집 근처로 나오라는 말을 듣고 나간다
우산이 없었기도 했지만
있었어도 오랜만에 비를 맞고 싶은 기분을 누를 길이 없었다
계획한 앨범 완료기간은 다가오고 여러가지로 복잡한 심정들을 오늘만이라도 비에 씻어버리고 싶은 심정이 술기운을 타고 오른다
장대같은 비를 맞으며 그리 짧지 않는 약속장소를 향해 걸었다
참 한심하다
참 서럽다
참 좆같은 인생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나는 무었인가
내가 왜 이러는가
도대체 어쩌자고 세상은 나를 외면하고 가는것인가
어쩌면 좋을까
별의별 생각을 다하면서
3류인생으로 전락해 가는 내 자신의 움츠림을 확인하는
빗줄기를 가슴에 흠뻑적시며
미친놈처럼 걸어간다
완전히 미친놈이다
그래
미쳤다는게 별거냐
내가 바로 완전하게 미친 놈이다
그렇다 한들 어쩌란 말이냐
그래도 살아야한다 희망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
이 길의 끝을 보기전엔
어떤 것도 중단할 수 없는 것 아니냐
이런 생각과 하루가 오늘 소개하는 노래가 태어나는 날이었다

지금도 가끔 지인들과 함께 낮술을 마실때면
이 노래를 불러본다
특히 비가 올 때 마시는 술에는 이 노래가 빠지질 않는다
듣는 이들은 가슴이 아프다고 부르지 말라한다
비가오면 모두가 즐겁게 들을 수 있고 부를 수 있는
다른 노래를 만들어 봐야겠다
노래창고 44번에 있슴
                     비오는 날을 빌미로 삼아 써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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