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11.26 16:28

종화의자장가

조회 수 728 추천 수 0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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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년 가을
기타를 책임지던 후배로부터 한 여성을 소개 받았다
우리 밴드에서 기타를 치던 그 후배는 집이 무안이라 휴일이면 가끔씩 광주를 떠나 집엘 다녀 오곤 했다
승용차로 집에 다녀 오던 길에 갑자기 소피가 마려웠댄다
그래서 광주로 오던 길목에 있는 동신대학교를 들러 볼일을 보고자 그 학교를 들렀단다
마침 학교에서 집회를 하고 있었고
직업의식이어선지 집회를 잠시 지켜 보았다고 한다
그 당시 어느 집회나 마찬가지로 집회장의 꽃은
집회장에서 많은 이들과 함께 노래를 부를 때 반주를 도맡아 하던 신디사이저를 치고 있는 사람이었다고 하면 과장일까
틀림없이 그 당시 기억을 떠 올리면 집회장의 꽃은  
맨 앞에서 우리들의 투쟁구호에 맞추어 신디를 치는
아리따운 여성을 떠 올릴 사람이 한 둘이 아닐 것이다
그 역시 마찬가지로 신디를 치는 사람에게 눈길이 갔고
신디에서 울려나오는 그의 음악적 감각을 읽어들어 갔다
어느날 기타를 치는 그 친구는 그 때 집회장에서 만났던 신디사이저를 치던 여성(이하 신순이라 칭함)을 우리 밴드모임에 데리고 왔었다
감각이 살아있는 그녀의 손가락 감각을 익히 알아차리고 자신이 먼저 말을 걸었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 밴드에 신서가 필요하니 고민좀 해달라고 정중히 부탁을 해놓고 아무리 기다려도 소식이 없자 일단 우리 모임에 한번 나와 달라고 해서 온 것이었다
물론 학생이어서 나이도 가장 어린 막내 축에 속했다
회의를 마치고 주월동 작업실 앞 호프집에서 뒷풀이를 하고 있었는데
뒤늦게 참석한 것이다
170센티가 넘는 키에 화려한 용모를 뽐내며 첫 대면을 했던 신순이는 이후
우리 밴드와 잘 어울렸고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맴버가 되었다
우리밴드의 꽃이기도 하였으며 그가 짓는 표정에 따라 우리 밴드의 희노애락이 바뀔정도로 많은 귀여움을 독차지 했었다
간간히 있던 공연에도 반드시 함께 하였고

모임에도 성실하게 임했던 신순이에게 필요한 건 보다 프로적인 음악에 대한 이해와 음악을 대하는 철학적 근본문제들이었다
음악에 대해 점점 더 욕심을 부리게 되면서부터 신순이는 자기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고 열심이었다
곁에서 지켜보는 나는 조금이라도 그의 고생을 줄여 줄 양으로 내가 가르쳐 줄 수 있는 모든 음악에 관한 이론이나 지식 그리고 감각 등등을 아낌없이 전해 주었다
그런 결과 그의 음악 실력은 급진적으로 발전해 갔으며 나의 앨범작업에도 관여 하게 되었다
그런 과정을 거치게 되면서 우리는 너무나 친숙한 오누이처럼 되었다

불같은 성질을 가진 나이지만 그의 실수를 이쁘게 봐 주기 시작했고 작은 잘못이든 큰 잘못이든 우선 감싸주려는 마음이 앞선던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민중음악을 한다는 게 그리 쉬운일이 아니기에 향후 전망을 세우지 못하는 신순이에게 민중음악을 한다는 것은 너무나 많은 장애가 있었다
우선 집안의 완전한 반대에 맞서 싸워야 했고 앞으로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는데 있어서도 고민을 해야 했기 때문이다
학교 졸업을 하게되고 그의 고민은 더 없이 많아지고 고민이 많아질수록 자신의 기득권을 이겨낼 수 있는 정치사상적 관점은 그리 높지 못하고 학교에서도 운동이란 개념을 확실히 움켜 쥐고 음악을 해온 사람도 아닌지라 정으로 다져진 오빠 언니들 사이에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게다가 선배들 마저 자신의 앞길 찾아 떠나는 현실에 부딪치자 더 없는 고민의 과정을 겪는 것을 눈으로 확인 할 수 있었다
그럴수록 내게 전화하는 횟수는 많아지고 저녁 7시만 넘으면 집에서 정해준 통행금지에 시달리면서도 집에 들어가면 잠이 오지 않는다고 새벽이면 작업실에 전화를 걸어주는 우리의 신순이...
고놈의 전화도 자주 받다 보니 이젠 그 새벽시간만 되면 기다려지는 신순이의 격려전화..
그 기다림의 쏠쏠한 기분 아직도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결국 신순이는 음악을 접고 떠나갔다
풀룻을 구성지게 불어주던 신순이
신디앞에서면 수줍은 듯 조용해 지던 신순이
술 한잔 마시면 춤까지 춰가면서 그 길다란 상체를 움직이며 신디를 즐겼던 나이 어린 신순이...
지금은 대한항공 승무원이 되어 국제선을 타고 있는 신순이가 많이 보고잡다
얼굴 못본지 5년이 넘어버린 것 같은데 지금은 어느 하늘 아래로 날아가 있어 돈종이 쓸어 담는일에 충실하고 있을른지..
일할 때 아저씨를 세 번이상 불러야 속이 찬다고
부를 때마다 아저씨를 세 번씩 부르고
사과 안 사주면 나 오늘 일 안해요
회 덮밥 안 사주면 나 오늘 일 못해요
아 - 오늘같이 좋은 날엔 우리 바다가요 네!
수 없이 철없는 말들을 뱉어서 나를 곤혹스럽게 하고
결국은 자신의 뜻을 완벽하게 관철시키고 말던 귀여운 신순이 ....

사랑하는 수인아
지금은 어느 곳에 있니
혹여 아저씨 홈피에 한 번이라도 들어올 일이 있다면 꼭 안부 전하거라
아저씨가 한번도 보고싶지 않든?
너무 무소식으로 살아도 별로 좋은 게 아니더라
너무나 보고싶다
이 것도 늙어가는 증거라면 할 말이 없지 뭐
아야 밴드 아그들아 소식알면 이 성에게도 전해주렴

새벽에 수인이와 통화 하면서 썼던 시 한편과 노래를 소개합니다요
종화야 뭐하니(창작 결산 골든앨범에 노래는 있구요,혼자만 살았다는 기분이란 앨범 클릭해도 있음, 수인이가 직접 불렀던 마스터 원본도 있는데 일주일을 다 뒤졌는데 못 찾아서 너무 아쉽슴다)
노래창고 119번

-----새벽전화 도청하듯이 옮기면


여보세요

아저씨 지금 뭐하고 있니
쾨쾨한 작업실에서
모두가 잠든 밤 혼자 남아 뭐하니 이 시간에

그건 왜 묻니 쑥쓰럽게
멍하니 벽보다 볼펜 굴리다 담밸 피우다
잠만 뺏기고 마는 거지 뭐 미치겠어

어휴 미치겠네 정말
사랑스런 아저씨 그래도 힘내
이 밤을 웃는 낯으로 얘기 할 날이 있을 거야
골똘한 사색의 공간에서 벗어나 보는 것도 생각해 봐
걱정돼서 그래

그래 그래 고마워
새벽에나 통화할 수 있는 내게
신경 써주는 마음 잊지 않을께
너도 빨리 자
그럼 또 전화 해

그래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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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총무 2002.11.27 21:19
    그럼...곡명은 종화야 뭐하니 이지만, 소식 기다리는 거니께 '수인아 뭐하냐'라고 바꿔야 하지 않나요?
    첨 알았네요. 그 노래의 주인공인 그녀인지.
    성질도 나네. 연락처 아신는 분들 꼬옥 연락주세요. 수인아 한번 보고잡다~~~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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