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11.07 18:02

어느날 취조실에서

조회 수 29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어느 날 취조실에서

-이름은
-박종화
-직업은
-작곡가
-무슨 노래를 만들었나요
-말해 봐야 모르니 말 안하지요
-월 수입은
-없음
-아니 돈 한푼 못 벌면 어떻게 살지요
-돈 필요할 때 여기저기 손 벌리면 돈이 나오지요
-아니 그럼 거렁뱅이처럼 산단 말인가요
-뭐요
-돈도 못 벌고 남들한테 동냥해서 살면은 그것이 거렁뱅이 아닙니까
-당신은 그럼 어떻게 살지요
-나야 월급받아 살지요 월급도 꽤 많습니다
명색이 이 나라에서 직위가 높은 인기 직업 아닙니까
-아하
높은 사람 앞에서 배떼지에 두손 가져다 붙이고 허리는 90도씩
굽혀가며 별 확신도 없는 육신으로
자기 가족만을 위해 살다가
나라의 통일을 위해 온갖 고초를 마다않는 사람들 잡아 가두고  
받는 그 월급 말이지요
- ...

-그래요 당신은 월급 많이 받아서 좋겠소
나는 땡전 한 푼 벌지 못하는 사람이요
하지만 어느 곳을 가든 아무런 이유와 조건없이
나는 돈을 가져다 쓰지요
당신이 가진 백그라운드도 없지만
뜨거운 가슴으로 내게 돈을 내주는 사람이 많아서
나는 언제나 행복하답니다
비록 많은 돈은 아니지만 고깃꼬깃하게 주물러진
천원짜리 한장도 가져다 주고
100원짜리 동전을 사무실에서 모아서 갖다주기도 하고
이런 사람들이 전국에 벌떼처럼 많은 사람이외다
간신들 처럼 윗상사들이 시키는대로나 하고 받아 먹는 월급보다
훨씬 따뜻한 돈이지요
권력의 한쪽 끝에 빌붙어 양심을 팔아먹고 사는 그런
거지 발싸개들과는 비교자체를 할 수 없는 행복한 사람이외다
-그래도 거렁뱅이는 거렁뱅이 아닌가요
-거지 발싸개님 이러시면 저 오늘 조사 못 받습니다

조사하는 놈 울그락 풀그락 감정은 엉망진창이고

독방에 돌아와
밎질 것 없는 그 날 싸움으로
잠이 올 때까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어
미친놈처럼 혼자 실실댔다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7 내 친구 철이와 함께 한 선술집에서의 어린시절 종화 2003.02.21 358
56 버스안에서 2 종화 2003.07.31 363
55 해외 통일민주 인사들과 함께 종화 2003.09.21 369
54 어쩌자고 4 종화 2004.02.11 370
53 무더운 날 관리자 2004.07.22 374
52 한겨울 사무실에 혼자남아 2 종화 2003.12.22 376
51 미운 장마 종화 2005.07.03 379
50 폐인 종화 2002.10.15 381
49 광화문에 다녀왔습니다 4 종화 2002.12.16 383
48 뜨는 해를 보며 종화 2008.01.16 391
47 연륜 종화 2005.10.27 399
46 너무 싼 구두 한켤레 종화 2003.07.03 408
45 마루에 앉아 종화 2009.03.19 414
44 똑같은 놈들끼리 육갑을 하면 종화 2003.06.24 420
43 허전하면 생각나는 사람 4 종화 2010.06.03 420
42 공연을 마치고 난 뒤 종화 2007.09.28 426
41 미안한 하루였어요 3 종화 2004.10.31 428
40 종화는 작업중 관리자 2008.07.23 429
39 신바람식구들 종화 2008.05.20 434
38 남대문을 지나니 종화 2003.11.25 436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Next
/ 6

LOGIN

SEARCH

MENU NAVIG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