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10.15 18:04

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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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인

한 선배가 있다
그림을 무지 잘 그리는 그림쟁이가 있다
참 술을 좋아하는 존경하는 선배다
돈만 있으면 거의 매일 술을 마시고도 남을
술에 관한 한 위대한 전사(주사?)다
술마시고 어떻게든 하루 일용해야 할 식량을 얻어 배를 채우고
잠을 자면 하루가 다간다
하루종일 하는일은 오직 그 것 뿐이다
내일의 계획도 오직 그 것 뿐이다
어쩌다 붓이라도 들어보는 날이면
그때서야 하루 일과 중 그림그리는 일이 하나 더 늘어난다
하지만 그는 좀처럼 붓을 들지 않는다
그 이유를
본질적인 이유를
내 어찌 이 작은 가슴으로 헤아리겠는가만은
그저 단순하게 내가 생각할 때는 그리기 싫어서 안그리는 것이다
그뿐이다

성!
뭐야!
하루죙일 하는 일이 그저 자고 술마시고 배채우고 그렇게만 사는 일이 재밌소
폐인들은 다 그래
그럼 나도 폐인인가
폐인을 더럽히지 마라. 정확히 계산된 하루 일정에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해야지, 바쁘다고 쉬고 띄엄띄엄 넘어가면 폐인이 못돼! 폐인되기가 그렇게 쉬운줄 아냐 이놈아!

정신좀 차리고 술좀 그만 마시라는 사람이 있을라치면 바로 나오는 말이
넵둬! 폐인은 다 그래

오늘도 폐인은 변함없는 하루를 산다
나보다 훨씬 맑은 피부를 갖고
몸 아픈 곳 한 군데도 없이
혼자인 자유로움으로 큰소리치며 당당하게 산다

그와 함께 대포 한잔이라도 기울이는 날이면
문득
나도 폐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마저 든다

부러운 폐인이 있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한 아름다운 폐인!
그의 앞길에 영광이 있었으면
제발 좋은 일이 생겨났으면
돈도 많이 벌수 있는 기회가 와 줬으면
무엇보다도
목숨처럼 사랑하는 붓을
매일같이 옆구리에 끼고 살았으면
좋은 여자도 만났으면...




211.198.204.136 소여니: 누군지 알듯하네요. 제가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맞은지 모르지만... 요즘
달마도 그린다고 하데요. 술 마시고 그려서 그런지 술취한 달마도 그렸다
고, 영낙없다고 하네요. 아름다운 강산 오리지널 버전으로 들려준다고 잘
아는 음악사에 가자고 부득부득 우겨서 들었더니 좋은 음악 들려줬으니
맥주한 잔 사라대요 그래서 맥주 한잔 했지요. 근데 이번에는 얻어 먹었
으니(물론 정당하게 거래했다고 자기말로 그러지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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