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5.08 18:05

팽목항에 가면

조회 수 10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팽목항에 가면

              

팽목항에 가면
조국이 없다
죽어버린 아이들의 시체 뿐인
팽목항에 가면
더 이상 조국이 없다

간절한 소망을 두 손으로 움켜 쥔 채
살려달라 애원하며 부여잡은 치마폭을
먼지 털 듯 털어 내는 어머니가 조국이라면
아무 것도 쓸모가 없는 조국인 거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망망대해 퍼져가는 통곡소리 외면한 채
유유히 도망쳐 간 당신이 어머니라면
처음부터 끝까지
에오라지 참살뿐인 이 순간까지
끝끝내 제 살길만 으르렁대는 괴물같은 당신이 어머니라면
이런 똥창같은 땅에서 울부짖게 한 당신이 어머니라면
불타는 적개심으로 조국은 없는 거다

권력에 미쳐 돈다발에 미쳐
청초한 순결의 꽃다운 목숨을 빼앗고도
앵무새처럼 반복되는
똑같은 말로 남 탓이나 해대며
지구에 있는 모든 거짓말을 동원하는
당신이 어머니라면
눈을 뒤집고 찾아봐도 조국은 없는 거다
악착같이 살아온 내 자신마저
한 없이 혐오하게 한 당신의 이름으로
더 이상 조국은 없는 거다


암흑 물 속
녹슨 철판에 갖혀
손마디 으스러지도록
마지막 생명줄을 부여잡고 불렀을
그 이름
어머니



누가 조국을 어머니라 했는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채로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는 채로
눈물로 발등만을 적시우고 있는 내가
무슨 조국이 있겠는가
무슨 어머니가 있겠는가
세계의 양심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하나씩 둘씩 수 천 수 만을 넘어
전 국민의 영혼까지 황망한 바닷속에 생매장 시켜버린
조국은 도대체 누구인가
누가 조국을 어머니라 했는가
엉 엉
엉 엉


어머니
당신은 없는 거다
벌떼처럼 일어서지 않는 한 없는 거다
폭풍처럼 휘몰아치지 않는 한 없는 거다
진실이 묻힌 저 바다가 우뢰같은 원한으로 울고 있는 한
이 지구에서 더 이상 우리의 조국은 없는 거다

 팽목항에 가면
조국이 없다
팽목항에 가면 조국이 없다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2 2009년 오월의 어머니여 들으소서 종화 2009.05.16 221
121 2초가 10분을 이긴다 종화 2002.09.06 205
120 가슴 따수운 어버이 전사 류락진 동지를 떠나보내며 종화 2005.04.03 333
119 각본대로 간다 종화 2007.09.02 259
118 종화 2009.02.24 187
117 강정 종화 2012.10.14 58
116 강지연 종화 2004.06.11 259
115 겨우내 얼어붙은 새날 종화 2006.11.05 190
114 겨울나무 2 종화 2008.12.07 253
113 겨울풍경 종화 2003.12.23 168
112 겸손과 헌신의 사표를 던진 그대에게 종화 2002.08.26 208
111 교수와 거지의 공통점 종화 2006.09.24 212
110 국선변호 종화 2002.09.19 151
109 그대가 곁에 있기에 1 종화 2003.01.13 318
108 금남로를 걷는다 관리자 2009.05.15 172
107 금단의 선 종화 2007.10.04 379
106 기다리는 모심 종화 2002.09.06 149
105 김준배가 있다 종화 2003.09.18 162
104 깊은밤의 데이트 종화 2002.09.06 180
103 file 종화 2013.10.06 93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Next
/ 7

LOGIN

SEARCH

MENU NAVIG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