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5.08 18:05

팽목항에 가면

조회 수 16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팽목항에 가면

              

팽목항에 가면
조국이 없다
죽어버린 아이들의 시체 뿐인
팽목항에 가면
더 이상 조국이 없다

간절한 소망을 두 손으로 움켜 쥔 채
살려달라 애원하며 부여잡은 치마폭을
먼지 털 듯 털어 내는 어머니가 조국이라면
아무 것도 쓸모가 없는 조국인 거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망망대해 퍼져가는 통곡소리 외면한 채
유유히 도망쳐 간 당신이 어머니라면
처음부터 끝까지
에오라지 참살뿐인 이 순간까지
끝끝내 제 살길만 으르렁대는 괴물같은 당신이 어머니라면
이런 똥창같은 땅에서 울부짖게 한 당신이 어머니라면
불타는 적개심으로 조국은 없는 거다

권력에 미쳐 돈다발에 미쳐
청초한 순결의 꽃다운 목숨을 빼앗고도
앵무새처럼 반복되는
똑같은 말로 남 탓이나 해대며
지구에 있는 모든 거짓말을 동원하는
당신이 어머니라면
눈을 뒤집고 찾아봐도 조국은 없는 거다
악착같이 살아온 내 자신마저
한 없이 혐오하게 한 당신의 이름으로
더 이상 조국은 없는 거다


암흑 물 속
녹슨 철판에 갖혀
손마디 으스러지도록
마지막 생명줄을 부여잡고 불렀을
그 이름
어머니



누가 조국을 어머니라 했는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채로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는 채로
눈물로 발등만을 적시우고 있는 내가
무슨 조국이 있겠는가
무슨 어머니가 있겠는가
세계의 양심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하나씩 둘씩 수 천 수 만을 넘어
전 국민의 영혼까지 황망한 바닷속에 생매장 시켜버린
조국은 도대체 누구인가
누가 조국을 어머니라 했는가
엉 엉
엉 엉


어머니
당신은 없는 거다
벌떼처럼 일어서지 않는 한 없는 거다
폭풍처럼 휘몰아치지 않는 한 없는 거다
진실이 묻힌 저 바다가 우뢰같은 원한으로 울고 있는 한
이 지구에서 더 이상 우리의 조국은 없는 거다

 팽목항에 가면
조국이 없다
팽목항에 가면 조국이 없다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2 박종화의 시서화음 - 한글소나무 file [종화] 2022.08.08 169
» 팽목항에 가면 종화 2014.05.08 162
120 선생님의 바다여 file 종화 2014.04.07 251
119 file 종화 2013.10.06 182
118 절벽에도 꽃은 피고 file 종화 2013.02.01 164
117 나무가 되리 종화 2012.12.11 340
116 똑같다 종화 2012.11.30 207
115 우리의 영원한 벗 신은정을 떠나 보내며 관리자 2012.11.10 144
114 강정 종화 2012.10.14 139
113 노신사는 경거망동 하지 말아야 한다 종화 2012.07.03 151
112 낙관의 괴력 관리자 2011.09.06 316
111 당신이라면 어쩌겠는가 종화 2011.03.10 293
110 사람들은 모른다 종화 2011.02.12 390
109 현실 종화 2010.12.28 223
108 실퍼라 종화 2010.08.17 293
107 망월동을 걷는다 종화 2010.05.19 231
106 젊은이여 분노하라 종화 2009.11.11 413
105 지금 종화 2009.09.17 451
104 발끝 종화 2009.08.24 275
103 종화 2009.08.18 306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Next
/ 7

LOGIN

SEARCH

MENU NAVIG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