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습니다
왔습니다
민주화의 성지 광주의 상징인 구 도청 건물이 검은 망태를 뒤집어 쓴
금남로에 님이 왔습니다
여기 광주에는 30원 올려달라고 싸우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동자 박종태가 엊그제 다녀 갔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당신입니다
왔습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유골로 망자의 영혼을 타고 온 게 아니라
구 도청 철거반대 농성천막으로 을씨년스런 금남로에
여전히 웃고 있는 사진 한 장으로 온 게 아니라
지켜주지 못해 서러운 채로
소박하나마 잔치상이라도 봐야 할텐데 그러지 못한 채로
모두가 나서서 온누리 끝까지 맘껏 푸르라를 소리높이 부르며
손을 잡아주어야 할 텐데 그럴 수가 없는 채로
끝도 없는 비통함과 반드시 되갚아야 할 불타는 적개심으로 왔습니다
임이여
왔습니다
가난한 자들의 원성으로 왔습니다
힘 없고 빽 없는 자들의 주먹으로 왔습니다
생각만 하고 있어도 죄가 된다는 악법을 철폐하는 철퇴로 왔습니다
나라의 통일을 위해 달려나가는 기관차로 왔습니다
주검으로 온 게 아니라 온 국민의 염원으로 왔습니다
광주가 정신 차려야 할 근본 이유가 되어 왔습니다
편하고 널은 길을 버리고 영생으로 가는 좁디 좁은 길로 왔습니다
금남로에 뜨거운 심장으로 왔습니다
임의 뜻대로 세상은 사람 사는 세상으로 달려가고 말 것이니
임의 뜻대로 상식은 폭압을 넘고야 말 것이니
임은 갔지만 또 임이 왔습니다
임이여
임이 왔습니다
여기 금남로에 왔습니다
또 다시 투쟁이 되어 왔습니다
당신이 우리 모두가 되어 왔습니다
왔습니다
왔습니다
(28일 광주 금남로 추모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