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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오월의 어머니여 들으소서

다시 봄은 왔다가 아니라
다시 총은 왔습니다
물대포에 쏘이고 방패에 찍히고
몽둥이로 대가리를 훌겨 쳐 실신시키고
꽃다운 열여덟 처녀의 머리통을 싯붉은 피로 물들여 놓고
헝클어진 머리카락 그대로 시장바닥 가오리 끌 듯 끌고 가더니
산 채로 머리통을 향해 난사질 하고야 말았던
치떨리던 독재의 총이 돌아 왔습니다

다시 해가 솟았다가 아니라
다시 칼이 솟았습니다
사라진 누이가 어디 갔는지
구석진 뒷골목 마다마다를 뒤져가며
제발 살아만 있으라는 간절한 소원으로 헤매이던 금남로를
모두가 미쳐서 울부짖었던 살육의 칼이 또 솟았습니다

다시 강은 흐른다가 아니라
다시 눈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공장에서 거리로 내몰리고
거리에서 다시 뒷골목으로 몰리고
뒷골목에서 또 다시 전봇대 같은 철탑 꼭대기로 떠밀려
밤마다 살을 에는 찬바람에 웅크린 채
십일 이십일 아니 죽기 전에 내려오지 않을
하염없는 민초의 슬픈 운명의 눈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서너 살짜리 아이들까지 유모차에 싣고 나온
엄마들의 마음은 설움으로 몰리고
어깨 걸어 나선 이는
엎어지고 쓰러지고 짓밟힌 채
닭장차와 몽둥이에 몰리다가
분신과 죽음의 시체로 널부러져 버린
한 맺힌 역사의 핏물이 공포의 도가니가 되어 흐르고 있습니다
치떨리는 분노와 노여움으로 살았던 팔십년 광주의 오월이
공장에서 학교에서 논밭에서 거리에서
철철 흐르고 있습니다 어머니

지금 때가 어느 때라고 다시 학살의 오월입니까
도대체 국민을 무엇으로 보건데 폭압의 광주가
이 땅에서 다시 치솟는단 말입니까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어도 시원찮을 이 고난의 언덕에서
피눈물을 겹겹으로 흘리게 하는 그 이유는 또 무엇이냔 말입니까
결국 우리는 그 하늘 아래서
밟힐 수밖에 없는 노동자로 살아야만 한단 말입니까

아니지요
절대로 그럴 순 없지요
우리도 흐를 것입니다
특별하지 않은 우리도 흐를 것입니다
한순간을 살아도 인간답게 살고 싶은 작은 소망마저
사치라고 생각하는 세상이라면
그 소망조차 팽개치고 흐를 것입니다
날고 싶어도 날 수가 없고 울고 싶어도 울 수 없는 그런 세상이라면
소리 없이 기어서라도 흐를 것입니다
수수료 30원 올려 달란다고 패대기쳐 끌고 가는 미친 세상이라면
주저 없이 미친놈이 되어 흐를 것입니다
눈에 밟히는 어린 자식들과 심장으로 녹아드는 사랑하는 아내를 두고
끝내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는 처참하고 비참한 세상이라면
차라리 흐르고 또 흐르다가 산산이 부서져버릴 것입니다 어머니      
팔십년 따순 금남로의 봄날 그 때처럼
화염병과 쇠파이프를 들고
급기야 총칼을 탈취하고
불패의 복수전을 준비하여 흐를 것입니다
이 화려한 금수강산이 만갈래로 찢기울지언정
사랑을 바친 내가
청춘을 바친 니가
목숨을 바친 우리가
모두가 박종태가 되어
기어이 해방의 바다를 향해 흐르고야 말 것입니다 어머니
                                            (2009 전국 노동자대회 낭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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