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5.15 20:56

금남로를 걷는다

조회 수 40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금남로를 걷는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있는 그대로 부서져 버린 오월을 생각하며
금남로를 걷는다
모두 쓰러져 가고 찢기운 깃발만 나부끼던 이 길에서
살아있는 욕된 목숨이 치떨리게 부끄러웠던
오월을 걷는다
수 십 성상을 넘어오니 깃발마저 간 데 없고
총칼로 짓밟았던 살육의 현장은 문화전당이라는 이름으로 화려해져 버린
어머니의 길 금남로를 걷는다
모두가 애국자 이고 모두가 오월의 후예라고 떠들어 대는
무모한 함성만이 하늘을 뒤 덮는 이 오월에
광주는 다시 피가 끓는 채 걷는다
여전히 짓밟히고 피 흘리는 민중의 함성을 들으며 혁명의 도시는
다시 한번 불타는 적개심을 쟁기질하며 걷는다
총칼 앞에 무릎 꿇었던 이들이 오월을 알겠냐고
그들이 오월을 맞을 준비를 단 한번이라도 해 본 적이 있겠냐고
그들이 도대체 살육의 도시 몸부림의 도시 청춘의 도시
혁명광주를 알기나 하겠냐고
알지도 못하는 그들에게 맡겨 놓으니
어찌 참혹한 역사의 현장을 보존하겠냐고
한 없이 가슴에 외치며 걷는다
항쟁의 칼빈총 소리를 지금도 들으며 걷는다
조국통일의 그 날까지 울리고 또 울리고 있을
오월항쟁 전사의 절규를 들으며 걷는다

광주의 오월은 언제나 끝이 없는 시작이다
모든 껍데기들과 맞서 시작이다
끝가지 살아남아 부릅뜬 눈으로 보고야 말
오월에서 통일까지의 그 끝을 늘 시작으로 그리며
항쟁마저 가진 놈들의 장난감이 돼버린 이 오월에도
우리들의 도시 광주는 해맑은 어린 조카들의 손을 잡은 채
따스한 햇살을 씹으며 원한의 길 금남로를 걷는다
                                              (구도청 앞 낭송 4월25일)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2 님은 갔지만 님이 왔습니다 종화 2009.05.25 492
101 2009년 오월의 어머니여 들으소서 종화 2009.05.16 332
100 범민련에 대한 단상 종화 2009.05.15 319
» 금남로를 걷는다 관리자 2009.05.15 403
98 연재1-자유롭게 종화 2009.04.14 204
97 종화 2009.02.24 239
96 나답게 3 종화 2009.01.21 531
95 혁명과 청춘 1 종화 2009.01.14 587
94 열정 관리자 2008.12.21 448
93 겨울나무 2 종화 2008.12.07 439
92 이 언덕길을 종화 2008.12.07 430
91 행복할 수 밖에 종화 2008.08.25 300
90 말하라고 종화 2008.06.29 492
89 비가 온다면 종화 2008.06.29 324
88 촛불이다 종화 2008.06.28 394
87 비가 오고 있습니다 종화 2008.06.28 274
86 이게 무슨 짓인가 <1 과 2 > 종화 2008.06.01 359
85 너나 쳐 묵으랑께 종화 2008.05.03 503
84 꿈에 대하여 종화 2008.03.23 423
83 아름다움이여 1 종화 2007.12.26 425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Next
/ 7

LOGIN

SEARCH

MENU NAVIG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