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6.29 01:24

비가 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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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가 조금씩 다르게  하여 제목이 달라지는 것은 요즘 촛불집회에 나가 무대에서 낭송할 때 현장 상황에 맞게 즉석에서 바꾸어 가기 때문이랍니다> - 비가 오기에 "비가 오고 있습니다" 라는 시를 썼는데 집회 시작하려니 순식간에 멈추어서 대기실에서 부랴부랴 바꿈

비가 온다면
           박종화(시인 겸 작곡가)

비가 온다면
젖어버린 민초들의 부싯돌로
어찌 촛불을 밝힐 수가 있겠습니까
횃불을 들어 올릴 때면
총칼을 앞세워
민중의 피를 물대포 삼아
그 횃불 끄곤 했던
암흑의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아프고도 아픈 비가 온다면 말입니다

비가 온다면
쥐새끼 기어들 듯
스멀스멀 다가오는 미친소에 맞서 있는
순결한 생명의 촛불이라 해도
그 빗 속에서
무슨 수로 밝힐 수 있겠습니까
저러다가 꺼지겠지
버티기 작전으로 일관하고 있는
저들의 간교한 미소를 떠올리게 하는
괴롭고도 괴로운 비가 온다면 말입니다

비가 온다면
이 작은 목소리로 한없이 외친다한들
국민의 주권을 깡그리 무시하는 독재권력과
그 콩고물에 혓바닥을 내미는
비열한 나팔수들이 난무하는 그
광폭의 빗줄기 속에서
무엇을 이용하여
촛불을 밝힐 수 있겠습니까

사랑하는 이여
겨레의 운명을 사랑하는 이여
광폭의 비는 이미 내리고 있습니다
더 이상은 빗물에 나약한 촛불 앞에서
서성일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나로부터 촛불이 되어야합니다
촛불을 든 내가 아니라
내 자신이 촛불이 되어야 합니다
가슴으로 밝히는 촛불이야말로
온 몸으로 실천하는 촛불이야말로
비가 아니라
핵폭탄의 위력 앞에서도
꺼지지 않으리니

사랑하는 이여
이웃의 아픔을 사랑하는 이여
겨레의 운명을 내 몸 같이 사랑하는 이여
그대의 몸으로 일어선 그 하나의 촛불이
끝끝내 온 광야를 불태우는 날
다시 비는 내릴 것입니다
메마른 농민의 대지를 적시우는
희망의 비가 되어 내릴 것입니다
타들어가는 노동의 입술을 축여줄
기쁨의 비가 되어 내릴 것입니다
더 이상은 이 아프고도 아픈 불씨로
긴긴 밤 촛불을 밝히지 않아도 될
축제의 비가 되어 내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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