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6.29 01:24

비가 온다면

조회 수 25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비슷한 시가 조금씩 다르게  하여 제목이 달라지는 것은 요즘 촛불집회에 나가 무대에서 낭송할 때 현장 상황에 맞게 즉석에서 바꾸어 가기 때문이랍니다> - 비가 오기에 "비가 오고 있습니다" 라는 시를 썼는데 집회 시작하려니 순식간에 멈추어서 대기실에서 부랴부랴 바꿈

비가 온다면
           박종화(시인 겸 작곡가)

비가 온다면
젖어버린 민초들의 부싯돌로
어찌 촛불을 밝힐 수가 있겠습니까
횃불을 들어 올릴 때면
총칼을 앞세워
민중의 피를 물대포 삼아
그 횃불 끄곤 했던
암흑의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아프고도 아픈 비가 온다면 말입니다

비가 온다면
쥐새끼 기어들 듯
스멀스멀 다가오는 미친소에 맞서 있는
순결한 생명의 촛불이라 해도
그 빗 속에서
무슨 수로 밝힐 수 있겠습니까
저러다가 꺼지겠지
버티기 작전으로 일관하고 있는
저들의 간교한 미소를 떠올리게 하는
괴롭고도 괴로운 비가 온다면 말입니다

비가 온다면
이 작은 목소리로 한없이 외친다한들
국민의 주권을 깡그리 무시하는 독재권력과
그 콩고물에 혓바닥을 내미는
비열한 나팔수들이 난무하는 그
광폭의 빗줄기 속에서
무엇을 이용하여
촛불을 밝힐 수 있겠습니까

사랑하는 이여
겨레의 운명을 사랑하는 이여
광폭의 비는 이미 내리고 있습니다
더 이상은 빗물에 나약한 촛불 앞에서
서성일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나로부터 촛불이 되어야합니다
촛불을 든 내가 아니라
내 자신이 촛불이 되어야 합니다
가슴으로 밝히는 촛불이야말로
온 몸으로 실천하는 촛불이야말로
비가 아니라
핵폭탄의 위력 앞에서도
꺼지지 않으리니

사랑하는 이여
이웃의 아픔을 사랑하는 이여
겨레의 운명을 내 몸 같이 사랑하는 이여
그대의 몸으로 일어선 그 하나의 촛불이
끝끝내 온 광야를 불태우는 날
다시 비는 내릴 것입니다
메마른 농민의 대지를 적시우는
희망의 비가 되어 내릴 것입니다
타들어가는 노동의 입술을 축여줄
기쁨의 비가 되어 내릴 것입니다
더 이상은 이 아프고도 아픈 불씨로
긴긴 밤 촛불을 밝히지 않아도 될
축제의 비가 되어 내릴 것입니다
?

  1. No Image 12Feb
    by 종화
    2011/02/12 by 종화
    Views 163 

    사람들은 모른다

  2. No Image 29Jun
    by 종화
    2008/06/29 by 종화
    Views 252 

    비가 온다면

  3. No Image 28Jun
    by 종화
    2008/06/28 by 종화
    Views 240 

    비가 오고 있습니다

  4. No Image 02Dec
    by 종화
    2003/12/02 by 종화
    Views 160 

    범민련의 바다로 오라

  5. No Image 21Nov
    by 종화
    2003/11/21 by 종화
    Views 149 

    범민련의 길

  6. No Image 15May
    by 종화
    2009/05/15 by 종화
    Views 260 

    범민련에 대한 단상

  7. No Image 26Mar
    by 종화
    2006/03/26 by 종화
    Views 290 

    벌써 일 년입니다

  8. No Image 05Jun
    by 종화
    2007/06/05 by 종화
    Views 365 

    백아산 편지

  9. No Image 24Aug
    by 종화
    2009/08/24 by 종화
    Views 203 

    발끝

  10. 받고싶어요

  11. 박종화의 시서화음 - 한글소나무

  12. No Image 25Jul
    by 박종화
    2002/07/25 by 박종화
    Views 460 

    바쳐야 한다 92년 시집

  13. No Image 16Jun
    by 종화
    2004/06/16 by 종화
    Views 255 

    무엇이

  14. No Image 01Oct
    by 종화
    2002/10/01 by 종화
    Views 106 

    모르고 있다

  15. No Image 10May
    by 종화
    2003/05/10 by 종화
    Views 218 

    망월동을 걷는다

  16. No Image 19May
    by 종화
    2010/05/19 by 종화
    Views 193 

    망월동을 걷는다

  17. No Image 29Jun
    by 종화
    2008/06/29 by 종화
    Views 341 

    말하라고

  18. No Image 18Aug
    by 종화
    2009/08/18 by 종화
    Views 192 

  19. No Image 01Oct
    by 종화
    2002/10/01 by 종화
    Views 184 

    만나야 할 사람은 오지 않는다

  20. No Image 06Sep
    by 종화
    2002/09/06 by 종화
    Views 178 

    뜨거운 세상을 위해서는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Next
/ 7

LOGIN

SEARCH

MENU NAVIG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