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09.02 14:34

각본대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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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본대로 간다
          박종화

시작도 안했는데
벌써부터 각본대로 간다
영화도 아니 것이
드라마도 아닌 것이 연극도 아닌 것이
짜여진 각본대로 간다
민족의 운명이 각본대로 간다

쇠고기가 뼛심으로
광우병을 짊어지고 들어오고 나면
다음은 또 무엇이 들어오려나
이쯤해서 모두가 보고 싶어 하는 전체 각본은
철학없는 연출자가 두려워 할 수 밖에 없는
눈앞의 시청률을 따라 흐르는대로 간다
쳐다보는 사람들 궁금해 하다
말라지고 타버리라고 각본대로 간다
서서히 시들어 가는 민족의 운명을 기다릴 수 밖에 없는
각본대로 간다

모든 것이 상처로 아파지고 난 다음에야
바쳐질 피눈물일랑 한 방울도 남김없이
민중의 이름으로 거둬 들일 수 밖에 없음을
예고편으로 보여주며
각본대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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