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3.26 17:25

벌써 일 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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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일 년입니다
                                         박종화


바위산보다 큰 한으로 겹겹이 쌓인 황천길을
힘겨운 걸음으로나마 잘 가시었는지요
생에 한 순간도 통일이 아닌 다른 생각을 해보지 않으신 그 세월이
너무나 기가 막힌 당신일진데 잘 가시었는지요
따수운 봄날 조국산천의 맑음이 이토록 눈부실진데
아직도 당신은 수없이 많은 이들의 가슴에 피멍으로 자리하고 있건만
마지막까지 뿌리치려 하신 그 길은 잘 가시었는지요

사시장철 늘 해 맑음으로 다가오던 당신
어떤 사람을 만나도
두 손으로 상대방의 손을 꼬옥 잡아주던 당신
민중을 향한 한 없는 사랑의 실천력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펼쳐보이던 당신
통일운동은 모두가 함께해야 한다며
서울에서 제주까지
민노당에서 한나라당까지
학교에서 공장까지
예배당에서 불당까지
논으로 밭으로 들로 산으로 강으로 바다로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를 막론하고 이 잡듯이 찾아 다니던
이신작칙의 당신
이제 그만 좀 쉬시라고
제발 좀 몸을 살피라고 호소하던 우리에게 다가와
당신이 살아있는 한 아직은 아니라던
조금만 더 힘을 내야 할 때라던
아직은 죽을 때가 아니라던 당신

그러던 당신이 가신지 벌써 일 년입니다
아니
우리가 당신을 가시게 한 지 일 년입니다
퍼덕이는 폭우 속에도
한 톨의 물도 적시지 않게 새끼를 품는
어미 비둘기의 몸부림을 보듯이
여성동지들의 생리대 값까지 낱낱이 걱정하며 챙겨줄 때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릅니다
자신의 시련보다는 동지의 시련을 먼저 챙겨야 한다고 할 때도
세치 혀로 말로만 원칙을 내두르며 학습하나 실현하지 못하는
우리들의 못난 일상에 천근같은 비판을 서슴치 않다가도
내일이면 다시 환한 웃음으로 맞이할 때도
죽어서 장례조차 동지들에게 피해를 주기 싫다며 모아 두었다던
노 동지들의 눈물같은 노자까지 털어서 마련한 사무실을
매일같이 청소하나 제대로 못하냐며 쳐다보는 당신의 눈빛에
모래알처럼 작아지는 우리가 될 때도
부러진 척추마저 붕대로 치감고
상무동 우리병원을 빠져나와
조직회합에 나가야 한다고 할 때도
가시는 걸음 마다마다를 쳐다보는 우리들은
모든 것이 부끄러움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눈치보는 삶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당신의 사랑에
한 접도 대응하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당신이 그 토록 거부하던 황천 길을
결국 우리가 가시게 한지가 일 년입니다
조금만 더 힘을 냈더라면
조금만 더 전진했더라면
목숨바쳐 싸워가는 범민련 전사의 피를
반도남녘 곳곳에 흩뿌리는 일을
결코 마다않는 우리였더라면
당신은 분명 지금도 살아 환한 미소로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맑고 환한 미소와 백발로
의연하게 우리와 여전히 함께 하고 있을진데
이 따수운 봄날에 풀리지 않는 가슴의 멍을 어찌하면 좋습니까
당신의 뜻을 헤아리지 못한 우리가
당신을 떠나게 해 놓고 벌써 일 년입니다

조국통일만을 위한 한생의 당신
전사의 투쟁은 일상이어야 한다던 당신
조직의 생명은 조직 활동가의 역량에 있다며
활동가들을 굶지않게 하기위해
야윈 노구로도 동량 아닌 동량을 다녔던 당신
온갖 분열과 잡사상을 멀리했던 당신
모든 종파와 분파는 땅속에 묻어 버릴 때만이
조직은 강화되는 것이라던 당신
조직통일의 구심조직은 시작도 끝도 범민련이어야 한다던 당신
그런 당신을 떠나 보낸 지 금새 일 년입니다

그대 범민련 전사여
우리들의 어버이여
신념의 화신이여
투쟁의 위대한 성상따라
가슴 찬연한 한별을 우러르며 내달렸던 동지여
조국통일의 모든 것을 총화는 그 날까지
우리를 결코 버리지 마소서
목숨과 바꾼 민족의 사표를 통일의 바다에 던진 그대를 잊지않고
오늘도 기쁨으로 춤추며 안간 힘을 쓰며 전진 해봐도
당신께는 여전히 부끄러운 일 년일 지라도
어떤 고난도 헤쳐가고 말 당신의 동지가 되기위해
기필코 통일의 성상에 당신의 그 맑고 환한 미소를
깃발로 꽂아 올리기 위해
모든 시름걱정 접어두고 달리고 또 달려봐도
초라하기 그지없는 힘겨운 만신창이의 일 년일지라도
너무나도 작고 또 작은 우리들의 일 년일지라도  
다시 한 번 맑고 환한 당신의 미소를 보여 주소서
우리를 향해 통일은 반드시 될 거라고
지울 수 없는 영혼으로 외쳐 주소서

사랑하는 동지여
류락진 동지여
한 없이 보고싶은 동지여
민족 앞에 영원히 살아남을 조직전사여
백두산 장군봉에 새겨질 그대의 이름을
민족의 가슴으로 포옹하는 날까지
조국이 그대를 결코 잊지 않고
해 맑음으로 화답하는 그 날까지
해 마다 찾아오는 부끄럽고 부끄러운
만신창이의 일 년일지라도
부디 잘 보살펴 주시라
이승을 바라보며  마지막 떨구었던
그 한 점 눈물마저 우리의 가슴에 다시 내려 놓으시라
따숩고도 따수운 당신의 맑고 환한 웃음으로
불패의 일 년을 거름으로 주시라
불요불굴의 투혼을 일 년의 열매로 우리에게 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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