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따수운 어버이 전사 류락진 동지를 떠나보내며
박종화
결국
그토록 염원하던 민족의 통일을 보지 못하고
바위산보다 큰 한으로 겹겹이 쌓인 황천길을
힘겨운 걸음으로 가야만 하는 당신입니다
단 한순간도 통일이 아닌 다른 생각을 해보지 않으신 그 세월이
너무나 기가 막힌 당신입니다
78년의 삶이 어쩌면 길다 한들
수 없이 많은 이의 가슴에 피멍으로 다가드는 당신입니다
살아 생전에는 늘 웃음으로 다가오던 당신이었습니다
어떤 사람을 만나도
두 손으로 상대방의 손을 꼬옥 잡아주던 당신이었습니다
민중을 향한 한 없는 사랑의 실천력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펼쳐보이던 당신이었습니다
통일운동은 모두가 함께해야 한다며
고기잡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강으로
논밭에서 일하는 사람이 있으면 논밭으로
산을 오르는 사람이 있으면 산으로
선술집으로 몰려드는 사람이 있으면 선술집으로
이 잡듯이 사람을 찾아 다니던 이신작칙의 당신이었습니다
지리산 대성골 빨치산 전사들 앞에서
지금은 우리가 바로 당신이기에
이제 그만 편히 잠드시라고
노여워 마시라고 울부짖던 우리에게 다가와
아직은 아니라던
조금만 더 힘을 내야 할 때라던
아직은 죽을 때가 아니라던 당신이었습니다
그러던 당신이 갔습니다
아니
우리가 당신을 죽였습니다
명절 때마다 마치 어미제비가 밥 물어 오듯이
조직원들의 귀향여비 챙겨줄 때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릅니다
동지들의 몸은 조국의 몸이라며
자신의 건강도 전사답게 조국에 맡겨야 한다고 할 때도
조직의 원칙을 거스르는 동지들의 못난 일상에 칼날같은 비수를 꽂다가도
내일이면 다시 환한 웃음으로 맞이할 때도
조직사업 하러가는 새벽
전날 마신 술로 약속시간에 늦어
송구스런 우리가 될 때도
부러진 척추마저 일으켜 조직회합에 나가야 한다고 할 때도
가시는 걸음 마다마다를 쳐다보는 우리들은
모든 것이 부끄러움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눈치보는 삶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당신의 사랑에
한 접도 대응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죽였습니다
조금만 더 힘을 냈더라면
조금만 더 전진했더라면
목숨바쳐 싸워가는 범민련 전사의 피를
반도남녘 곳곳에 흩뿌리는 일을
결코 마다않는 우리였더라면
당신은 분명 지금도 살아 환한 미소로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맑고 환한 미소와 백발로
의연하게 우리와 함께 하고 있을진데
어찌하면 좋습니까
당신의 뜻을 헤아리지 못한 우리가
당신을 떠나게 했습니다
조국통일만을 위한 한생의 당신
전사의 투쟁은 일상이어야 한다던 당신
조직의 생명은 조직 활동가의 역량에 있다며
활동가들을 굶지않게 하기위해
야윈 노구로도 동량 아닌 동량을 다녔던 당신
온갖 분열과 잡사상을 멀리했던 당신
모든 종파와 분파는 땅속에 묻어 버릴 때만이
조직은 강화되는 것이라던 당신
조직통일의 구심조직은 시작도 끝도 범민련이어야 한다던 당신
그런 당신을 우리가 죽였습니다
그대 범민련 전사여
우리들의 어버이여
신념의 화신이여
투쟁의 위대한 성상따라
가슴 찬연한 한별을 우러르며 내달렸던 동지여
이제 그만 우리를 용서하소서
목숨과 바꾼 민족의 사표를 통일의 바다에 던진 그대가 있기에
더 이상은 물러서지 않는 우리가 되리니
어떤 고난도 헤쳐가고 말 당신의 동지가 되리니
기필코 통일의 성상에 당신의 그 맑고 환한 미소를
깃발로 꽂으리니
이제 그만 시름걱정 접어두고 가소서
구천길에서 다시 한 번 맑고 환한 당신의 미소를 보여주소서
우리를 향해 통일은 반드시 될 거라고
마지막 투혼으로 외쳐주소서
사랑하는 동지여
류락진 동지여
살아있는 한 사무치게 보고싶을 동지여
민족 앞에 영원히 살아남을 조직전사여
백두산 장군봉에 새겨질 그대의 이름을
민족의 가슴으로 포옹하리니
조국은 결코 그대를 잊지 않으리니
부디 잘 가시라
이승을 바라보며 마지막 떨구었던
그 한 점 눈물마저 가져가시라
따숩고도 따수운 당신의 맑고 환한 웃음으로 잘 가시라
박종화
결국
그토록 염원하던 민족의 통일을 보지 못하고
바위산보다 큰 한으로 겹겹이 쌓인 황천길을
힘겨운 걸음으로 가야만 하는 당신입니다
단 한순간도 통일이 아닌 다른 생각을 해보지 않으신 그 세월이
너무나 기가 막힌 당신입니다
78년의 삶이 어쩌면 길다 한들
수 없이 많은 이의 가슴에 피멍으로 다가드는 당신입니다
살아 생전에는 늘 웃음으로 다가오던 당신이었습니다
어떤 사람을 만나도
두 손으로 상대방의 손을 꼬옥 잡아주던 당신이었습니다
민중을 향한 한 없는 사랑의 실천력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펼쳐보이던 당신이었습니다
통일운동은 모두가 함께해야 한다며
고기잡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강으로
논밭에서 일하는 사람이 있으면 논밭으로
산을 오르는 사람이 있으면 산으로
선술집으로 몰려드는 사람이 있으면 선술집으로
이 잡듯이 사람을 찾아 다니던 이신작칙의 당신이었습니다
지리산 대성골 빨치산 전사들 앞에서
지금은 우리가 바로 당신이기에
이제 그만 편히 잠드시라고
노여워 마시라고 울부짖던 우리에게 다가와
아직은 아니라던
조금만 더 힘을 내야 할 때라던
아직은 죽을 때가 아니라던 당신이었습니다
그러던 당신이 갔습니다
아니
우리가 당신을 죽였습니다
명절 때마다 마치 어미제비가 밥 물어 오듯이
조직원들의 귀향여비 챙겨줄 때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릅니다
동지들의 몸은 조국의 몸이라며
자신의 건강도 전사답게 조국에 맡겨야 한다고 할 때도
조직의 원칙을 거스르는 동지들의 못난 일상에 칼날같은 비수를 꽂다가도
내일이면 다시 환한 웃음으로 맞이할 때도
조직사업 하러가는 새벽
전날 마신 술로 약속시간에 늦어
송구스런 우리가 될 때도
부러진 척추마저 일으켜 조직회합에 나가야 한다고 할 때도
가시는 걸음 마다마다를 쳐다보는 우리들은
모든 것이 부끄러움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눈치보는 삶이었습니다
모든 것이 당신의 사랑에
한 접도 대응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죽였습니다
조금만 더 힘을 냈더라면
조금만 더 전진했더라면
목숨바쳐 싸워가는 범민련 전사의 피를
반도남녘 곳곳에 흩뿌리는 일을
결코 마다않는 우리였더라면
당신은 분명 지금도 살아 환한 미소로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맑고 환한 미소와 백발로
의연하게 우리와 함께 하고 있을진데
어찌하면 좋습니까
당신의 뜻을 헤아리지 못한 우리가
당신을 떠나게 했습니다
조국통일만을 위한 한생의 당신
전사의 투쟁은 일상이어야 한다던 당신
조직의 생명은 조직 활동가의 역량에 있다며
활동가들을 굶지않게 하기위해
야윈 노구로도 동량 아닌 동량을 다녔던 당신
온갖 분열과 잡사상을 멀리했던 당신
모든 종파와 분파는 땅속에 묻어 버릴 때만이
조직은 강화되는 것이라던 당신
조직통일의 구심조직은 시작도 끝도 범민련이어야 한다던 당신
그런 당신을 우리가 죽였습니다
그대 범민련 전사여
우리들의 어버이여
신념의 화신이여
투쟁의 위대한 성상따라
가슴 찬연한 한별을 우러르며 내달렸던 동지여
이제 그만 우리를 용서하소서
목숨과 바꾼 민족의 사표를 통일의 바다에 던진 그대가 있기에
더 이상은 물러서지 않는 우리가 되리니
어떤 고난도 헤쳐가고 말 당신의 동지가 되리니
기필코 통일의 성상에 당신의 그 맑고 환한 미소를
깃발로 꽂으리니
이제 그만 시름걱정 접어두고 가소서
구천길에서 다시 한 번 맑고 환한 당신의 미소를 보여주소서
우리를 향해 통일은 반드시 될 거라고
마지막 투혼으로 외쳐주소서
사랑하는 동지여
류락진 동지여
살아있는 한 사무치게 보고싶을 동지여
민족 앞에 영원히 살아남을 조직전사여
백두산 장군봉에 새겨질 그대의 이름을
민족의 가슴으로 포옹하리니
조국은 결코 그대를 잊지 않으리니
부디 잘 가시라
이승을 바라보며 마지막 떨구었던
그 한 점 눈물마저 가져가시라
따숩고도 따수운 당신의 맑고 환한 웃음으로 잘 가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