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5.10 13:11

망월동을 걷는다

조회 수 21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망월동을 걷는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있는 그대로 부서져 버린 오월을 생각하며
망월동을 걷는다
모두 쓰러져 가고 찢기운 깃발만 나부끼던 금남로에서
살아있는 욕된 목숨이 치떨리게 부끄러웠던
오월을 걷는다
수 십 성상을 넘으며 깃발마저 간 데 없고
껍데기 뿐인 항쟁에 국립묘지란 이름으로 화려한
십리길 망월동을 걷는다

모두가 애국자 이고 모두가 오월의 후예라고 떠들어 대는
무모한 함성만이 하늘을 뒤덮는 이 오월에
나는 다시 피가 끓는 채 걷는다
여전히 짓밟히고 피 흘리는 민중의 함성을 들으며 나는 다시
불타는 적개심이 일렁인 채 걷는다
총칼 앞에 무릎 꿇었던 이들이여
그대들은 오월을 아느냐고
그대들은 도대체 오월을 맞을 준비를 단 한 번이라도 해 본 적이 있느냐고
그대들은 도대체 살육의 도시 몸부림의 도시 청춘의 도시
혁명광주를 아느냐고 한 없이 가슴에 외치며 걷는다
항쟁의 칼빈총소리를 지금도 들으며 걷는다
조국통일의 그 날까지 울리고 또 울리고 있을
오월항쟁 전사의 절규를 들으며 걷는다

내 가슴의 오월은 언제나 끝이 없는 시작이다
모든 껍데기들과 맞서 시작이다
끝가지 살아 남아 부릅뜬 눈으로 보고야 말
오월에서 통일까지의 그 끝을 늘 시작으로 그리며
항쟁마저 가진 놈들의 장난감이 돼버린 이 오월에
국립묘지에 놀이기구가 없다고 투덜대는
어린 조카들의 손을 잡은 채  
따스한 햇살을 씹으며 원한의 길 망월동을 걷는다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2 촛불이다 종화 2004.03.18 197
61 우리의 사랑은 종화 2002.09.06 199
60 발끝 종화 2009.08.24 202
59 2초가 10분을 이긴다 종화 2002.09.06 205
58 선술집 유물론자 종화 2006.11.04 206
57 한나라당과 북핵 종화 2006.11.16 206
56 겸손과 헌신의 사표를 던진 그대에게 종화 2002.08.26 208
55 교수와 거지의 공통점 종화 2006.09.24 212
54 잔인한 나라 종화 2006.06.27 214
53 눈치보는 나라처럼 비굴한 것은 없다 시민의 소리 2002.08.17 215
52 지켜야만 될 서글픈 고정관념 종화 2002.09.06 215
51 오월 종화 2004.05.15 216
50 지금 종화 2009.09.17 217
» 망월동을 걷는다 종화 2003.05.10 218
48 외로운 뜰을 만들었어요 종화 2003.06.24 219
47 2009년 오월의 어머니여 들으소서 종화 2009.05.16 221
46 평양방북시집- 지금도만나고 있다 file 박종화 2002.07.25 223
45 연륜 종화 2005.10.26 226
44 사람이다 종화 2004.04.16 229
43 범민련에 대한 단상 종화 2009.05.15 231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Next
/ 7

LOGIN

SEARCH

MENU NAVIG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