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5.10 13:11

망월동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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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월동을 걷는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있는 그대로 부서져 버린 오월을 생각하며
망월동을 걷는다
모두 쓰러져 가고 찢기운 깃발만 나부끼던 금남로에서
살아있는 욕된 목숨이 치떨리게 부끄러웠던
오월을 걷는다
수 십 성상을 넘으며 깃발마저 간 데 없고
껍데기 뿐인 항쟁에 국립묘지란 이름으로 화려한
십리길 망월동을 걷는다

모두가 애국자 이고 모두가 오월의 후예라고 떠들어 대는
무모한 함성만이 하늘을 뒤덮는 이 오월에
나는 다시 피가 끓는 채 걷는다
여전히 짓밟히고 피 흘리는 민중의 함성을 들으며 나는 다시
불타는 적개심이 일렁인 채 걷는다
총칼 앞에 무릎 꿇었던 이들이여
그대들은 오월을 아느냐고
그대들은 도대체 오월을 맞을 준비를 단 한 번이라도 해 본 적이 있느냐고
그대들은 도대체 살육의 도시 몸부림의 도시 청춘의 도시
혁명광주를 아느냐고 한 없이 가슴에 외치며 걷는다
항쟁의 칼빈총소리를 지금도 들으며 걷는다
조국통일의 그 날까지 울리고 또 울리고 있을
오월항쟁 전사의 절규를 들으며 걷는다

내 가슴의 오월은 언제나 끝이 없는 시작이다
모든 껍데기들과 맞서 시작이다
끝가지 살아 남아 부릅뜬 눈으로 보고야 말
오월에서 통일까지의 그 끝을 늘 시작으로 그리며
항쟁마저 가진 놈들의 장난감이 돼버린 이 오월에
국립묘지에 놀이기구가 없다고 투덜대는
어린 조카들의 손을 잡은 채  
따스한 햇살을 씹으며 원한의 길 망월동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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