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05.10 13:11

망월동을 걷는다

조회 수 41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망월동을 걷는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있는 그대로 부서져 버린 오월을 생각하며
망월동을 걷는다
모두 쓰러져 가고 찢기운 깃발만 나부끼던 금남로에서
살아있는 욕된 목숨이 치떨리게 부끄러웠던
오월을 걷는다
수 십 성상을 넘으며 깃발마저 간 데 없고
껍데기 뿐인 항쟁에 국립묘지란 이름으로 화려한
십리길 망월동을 걷는다

모두가 애국자 이고 모두가 오월의 후예라고 떠들어 대는
무모한 함성만이 하늘을 뒤덮는 이 오월에
나는 다시 피가 끓는 채 걷는다
여전히 짓밟히고 피 흘리는 민중의 함성을 들으며 나는 다시
불타는 적개심이 일렁인 채 걷는다
총칼 앞에 무릎 꿇었던 이들이여
그대들은 오월을 아느냐고
그대들은 도대체 오월을 맞을 준비를 단 한 번이라도 해 본 적이 있느냐고
그대들은 도대체 살육의 도시 몸부림의 도시 청춘의 도시
혁명광주를 아느냐고 한 없이 가슴에 외치며 걷는다
항쟁의 칼빈총소리를 지금도 들으며 걷는다
조국통일의 그 날까지 울리고 또 울리고 있을
오월항쟁 전사의 절규를 들으며 걷는다

내 가슴의 오월은 언제나 끝이 없는 시작이다
모든 껍데기들과 맞서 시작이다
끝가지 살아 남아 부릅뜬 눈으로 보고야 말
오월에서 통일까지의 그 끝을 늘 시작으로 그리며
항쟁마저 가진 놈들의 장난감이 돼버린 이 오월에
국립묘지에 놀이기구가 없다고 투덜대는
어린 조카들의 손을 잡은 채  
따스한 햇살을 씹으며 원한의 길 망월동을 걷는다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2 김준배가 있다 종화 2003.09.18 227
41 통일운동가 문재룡선생 1주기추모에.... 종화 2003.08.29 234
40 노래꾼으로 산다는 것은 종화 2003.08.29 301
39 외로운 뜰을 만들었어요 종화 2003.06.24 409
» 망월동을 걷는다 종화 2003.05.10 412
37 그대가 곁에 있기에 1 종화 2003.01.13 396
36 받고싶어요 3 종화 2002.10.24 614
35 날고싶다 종화 2002.10.24 456
34 일미터 사이를 두고 종화 2002.10.01 348
33 평양 안내원과 조선일보 종화 2002.10.01 237
32 창문을 열면 종화 2002.10.01 386
31 어디 소리쳐 보시오 종화 2002.10.01 358
30 눈치보는 사람들의 시는 종화 2002.10.01 229
29 이별이 주는 말 종화 2002.10.01 226
28 나의 이유 종화 2002.10.01 387
27 우리가 왔습니다 종화 2002.10.01 187
26 영원한 아웃사이더의 꿈 종화 2002.10.01 275
25 술잔을 들어라 종화 2002.10.01 398
24 모르고 있다 종화 2002.10.01 140
23 만나야 할 사람은 오지 않는다 종화 2002.10.01 399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Next
/ 7

LOGIN

SEARCH

MENU NAVIG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