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10.01 23:54

어디 소리쳐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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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소리쳐 보시오
박종화

서울이 아닌 평양에서
수 만명의 환영 시민 앞에서
뜨거운 여름 뙤약볕에 그늘도 없이
아침부터 열 시간 가까이 우리가 오기만을 기다리다가
하늘만 바라보더니 목이 꺾여버린 해바라기 꽃처럼
태양아래 고개를 떨구어 버린 평양시민들 앞에서
이미 시들어버린 꽃다발을 건네주며
조국통일을 목이 터져라 외치면서 눈물바다를 헤엄치는
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소리쳐 보시오
오전 열시에 도착한다는 사람들이
오후 늦게서야 늑장으로 도착해서
어디 큰소리로 외쳐 보시오
우리는 행사장에 못 가겠다고
남쪽 정부가 당신네들한테 이용당한다고 못 가게 했다고
행사는 그만두고
내일부터 유람이나 하다 갈테니 이해를 하라고
방북단 지도부가 불참각서를 남몰래 쓰고 와서
행사 참석하면 징역 가게되니 어쩔 수가 없다고
당당하게 고개를 들고
뻣뻣하게 허리를 곧추세우고
양손에 힘을 가득가득 불어넣으며
소리쳐 보시오
소수 몇 명이 자기들끼리 모여 밀담이나 주고받는 것 말고
우리끼리만 좌담하고
우리끼리만 가네 못가네 티격거리면서
이해할 수도 없는 규칙을 지켜야한다고 주장하는 것 말고
분단의 아픔도
이별의 슬픔도
아직은 아무 것도 알 수 있는 나이가 못되는 저
어린 것들이 흘리는 가슴 찢는 눈물들 앞에서
그 잘난 얼굴과 조리있는 입으로
소리쳐 보시오
행사를 공동으로 하자고 와서는
이제야 행사장에 못가겠다고
자신 있으면 어디 한번 큰 소리로 외쳐 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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