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10.01 23:49

나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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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유
박종화

내가
삼백 예순 날을 쏟아 붓고도 남을 만족분단의 한을
한 올 한 올 풀어헤치고 싶은 것은
헤어짐으로 인하여 그리워서가 아니라
갈라짐으로 인하여 가난하게 살아서가 아니라
분단 때문에 남들이 우리를 업신여기고 있다는 것이
분단 때문에 우리 민족이 남들에게 허리를 굽혀야 한다는 것이
죽기보다 싫기 때문입니다

내가
거대한 성벽에 부딪혀 부서지는 작은 모래알일 지라도
분단의 장벽에 부딪혀 산산이 부서지고 싶은 것은
이별로 인하여 긴 슬픔에 겨워서가 아니라
나뉨으로 인하여 전쟁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해서가 아니라
분단 때문에 남들이 우리 땅에 들어 와 주인노릇을 하고 있다는 것이
분단 때문에 겨레의 자존심이 갈기갈기 찢기우고 있다는 것이
조국의 멸망보다도 싫기 때문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당당해야 할 민족의 자존심
이것이 통일을 부르짖는 나의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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