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초라해 진다
박종화
푸른 들녘에 나와
하늘을 벗삼아 누웠다가
땅벌에게 사정없이 쏘였다
보금자리를 지키기 위해
내 얼굴을 만신창이로 만들어 버리고
벌들은 세상을 하직한다
죽으려고 사는 것은 아닌데
한 번의 독침을 사용하기 위해
사는 것은 아닌데
벌들은
말없이
단호하게
보금자리를 위해
한 번의 독침을 사용하고
운명처럼 세상을 하직한다
쏘여버린 얼굴의 아픔을 넘어
발버둥치는 내 삶이 초라해진다
벌떼의 죽음이
시리도록 아름답다
박종화
푸른 들녘에 나와
하늘을 벗삼아 누웠다가
땅벌에게 사정없이 쏘였다
보금자리를 지키기 위해
내 얼굴을 만신창이로 만들어 버리고
벌들은 세상을 하직한다
죽으려고 사는 것은 아닌데
한 번의 독침을 사용하기 위해
사는 것은 아닌데
벌들은
말없이
단호하게
보금자리를 위해
한 번의 독침을 사용하고
운명처럼 세상을 하직한다
쏘여버린 얼굴의 아픔을 넘어
발버둥치는 내 삶이 초라해진다
벌떼의 죽음이
시리도록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