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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야만 될 서글픈 고정관념
박종화

난 아버지다
당연히 돈을 벌어야 된다
밥상 한번 제대로 받아보지 못한
오늘을 뒤엎어 버리기 위해서라도
목숨걸고 돈을 벌어야 한다

난 아버지다
약해지지 말아야 할 의무를 가져야 한다
부풀어 가는 가족의 욕구가
화살이 되어 내 심장에 박히기 전에
목숨 건 의무이행을 해야 한다

난 아버지다
죽어도 한 가지
살아도 한 가지
가족을 위해서라면
자존심도 눈물도 슬픔도
한낱 사치일 뿐이다
가난한 노동자의 아버지를 사랑하게 하고
스스로 사랑받고자 하는 희망은
비웃음일 뿐이다
외로운 분노일 뿐이다

난 아버지다
돈 버는 기계가 되어야 한다
강철전사여야 한다
피도 눈물도 없는
오로지 가족만을 위한 터미네이터여야 한다

난 아버지다
이 서글픈 최면앞에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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