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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혹 앞에서

박종화


가을 코스모스가
내 키보다 큰 꽃이었단 것을
긴 세월을 살아 오면서 왜 몰랐을까
구치소 담벼락에 핀 코스모스를 바라보면서
하나의 사실을 받아 들이고 보니 마흔인가

통일은 언제나 될까
평양의 리선생은 잘 있을까
재판결과는 어떻게 될까
온 갖가지 일상의 작은 일들이
의혹 투성이의 바다를 허우적거리게 만드는데
벌써 나 마흔인가

한 점 무혹은 커녕
만 점 의혹에 시달리는 하루인데
코스모스 꽃잎을 따보는 손바닥 위에 내려앉은 내 나이
벌써 마흔인가


인정하고 싶지 않는
의혹 투성이의 마흔
조국분단의 불혹
이 것이 내 이름인가



211.190.112.131 종화: 불혹에 가까이 서시는 나무그늘님에게 [09/19-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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