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10.18 12:37

짤랑짤랑 몇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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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자유인처럼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다 이제는 자리잡겠노라고 정신차리겠노라고 증심사 근처 산골(?)마을에 둥지를 튼 선배가 있습니다. 누구라고 말은 못하지만...

그 선배가 둥지를 틀 곳을 마련하기 전에 잠시(한달 정도 살았나?) 운암동 후배 집(작업실겸)에 거처한 적이 있었습니다. 주인처럼 아주 당당하게요. 남들이 생각하면 뻔뻔할 정도로 당당하지만 전혀 밉지가 않아요. 그 선배 만큼은.
행여 운암동 후배가 무색할 정도로 무안을 주기도 하지만 능수능란한 농담으로 잘 받아 넘기기도 한답니다.
운암동에 생활하는 덕에 주머니에 돈은 없어도 날마다 술도 끊이지 않지요.
한번은 운암동에 놀러갔더니 국악음악에 열심히 책을 읽고 있더라구요.
"아따 너가 우리집에 뭔일이냐? 야, 00야 손님왔다. 손님받어라"
"야~ 형 책도 볼 줄 아요? "
"그람(그럼). 나도 책은 읽어야. 음악도 틀어 놨잖냐. 분위기하고 딱이쟤"
옆에 있던 선배말이
"00성 하루 일과는 정해졌시야. 한번도 어김없이 계획(?)적으로 움직여. 시계 안 보고도 어떻게 딱딱 맞추는지 00성 하는 거 보믄 몇신지 알아부러. 시계가 따로 없당께."
알고보니 책읽는 시간이 잘 시간 됐다는 겁니다. 잠이 잘 안와서 조용한 국악음악 틀어놓고 잠잘 분위기 만드는 거라고..
그 선배 하루 일과가 어떻게 되느냐구요?
12시즈음에 일어나서 밥먹고, 전날마신 술 해장한다고 한잔하고 그러다 취하면 책좀보다 자고 자고 5시 정도에 일어나서 저녁먹고 TV시청하다가 방문객오면 술한잔 하고.

운암동에 얹혀 사는 덕에 술 끊일 날이 없다고 했죠?
술제공하는 분이 있거든요. 운암동에 계시는 00미술선생님께서도 날마다 어김없이 방문하시거든요. 맥주에 안주에 양손은 무겁게.
제가 방문했던 그날도 어김없이 선생님께서 오셨습니다.
(원래 그 선생님 다시 그림그리시게 할려구 작업실 공간도 마련했지만, 한번도 그 작업실에서 그림그리시는 걸 본 적이 없답니다. 어찌 이런일이......)
올 한해도 다 갔다 인생이 허무하다 그러다 그림얘기, 작업얘기 한창동안 이런저런 얘기를 했죠. 그러다 얹혀 사는 00 형 하는 말이,
"아따 선생님, 선생님 짤랑짤랑 몇번만 하면 올 한해 다가고 새해가 밝겄소."
얼마나 웃었든지...
생각해 보면 얼마나 무색한 말인가요.
그림핑계대고 작업실에 모여서 그림쟁이가 그림은 안그리고 술만 마시고 있으니.
맥주병 짤랑 거리면서 작업실 몇번 왔다가면 올 한해도 금방
아마도 선생님 뜨끔했을 겁니다.
근데요, 그 선생님 단 하루도 어김없이 오늘도 짤랑짤랑 열심히 일수도장 찍고 있답니다.

올 한해도 딸랑 달력 두장 남았어요.
날마다 정신없이 살았던 것 같은데, 돌이켜 보니 남는 건 하나도 없는 것 같네요.
참, 허망해요.
내 인생의 목표는 무엇인지, 내 꿈은 무엇인지.
어떻게 무엇을 하며 살것인가 다시 고민되네요.

짤랑짤랑 몇번 만 하면 가는 세월. 길수도 짧을 수도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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