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36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파란을 일으키는 돌이 되어




갓 스무살을 넘길 즈음에 연못가에 앉아 여러모양의 잔돌들을 던지며, 한가한 시간을 보낼 적에, 오지에서 피워내는 연꽃의 아름다움을 지켜보면서, 이런 생각을 몇 번이고 되새김질 하곤 했었다.
파란을 만들어 모든 연꽃을 흔들리게 하는 돌을 던지고 싶다고.
던져대는 자그마한 돌이 크고 넓직한 연의 잎사귀에 얹혀지게 되면, 주위 소수의 연꽃만이 가벼운 미동을 보이지만, 잎사귀 없는 빈 물속에 빠드리면, 수많은 파란을 일으켜 연못안에 있는 모든 연꽃을 흔들리게 한다.
보잘것 없는 작은 돌이지만 나름대로 역할이 있고, 똑같은 일을 수행하는 돌이라지만 쓰여지는 곳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드러나는, 연못가 작은 돌의 교훈은 나의 앞길을 개척하는 지침돌이 되기에 충분했다. 이후 줄곧 나침반처럼 작용력을 가졌으며 틈만나면 술 한잔 걸친 채로 연못에 돌을 던져 넣기도 했다.
뭔가 삶에 막힘이 있을 때나, 넘기 힘든 피눈물이 있을 때면 찾아와 용기를 주는 야릇한 힘을 가지고 친숙하게 찾아들곤 했다. 이 글귀가 새삼스레 굵은 선으로 다시 한번 그려지게 된 계기가 있었다. 그것은 문예의 강위력한 힘을 확인하게 된 날의 벅찬 감동과 환희와 함께 가슴깊이 파고 들었다.
어느날 부턴가 내가 만든 노래가 불리워 지면서, 느끼는 전혀 새로운 감동의 세계는 객관적 주체와 주관적 주체의 차이를 명쾌하게 해주고 말았다. 어머니 조국을 사랑하는 청년들의 함성에 묻혀 노래가 더욱 단단해져 갈 때, 고열에 파묻혀 가는 강철의 강고함을 느끼는 감정은 한 마디로 벅찬 감동 그 자체였다.전문적인 예술축적 과정이나 진지한 고민이 없었던 나로서는 주체하기 힘든 감동이었으리라. 백만장이 넘게 노래판을 팔아 치운다는 일반 가수들의 감동은 감히 비유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어머니 조국을 상대로 한 값진 감동은 돈과 명예 그 어떤 무작위적인 대체물로도 비교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벅찬 감동앞에 우두커니 서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훔쳐 보았던 기쁨의 눈물이라니.
나도 모르게 솟그쳐 오르는 내일에 대한 낙관적 지표의 무한함이라니.
이제부터 뭔가 시작이라는 모르면서도 알 것같은 인생의 역정이라니.
모든 것이 새롭게 보이던 한 복판을 딛고 서서 소박한 염원으로 한 점의 불꽃을 사루었다.
파란을 일으키는 돌을 던지고싶다.
파란을 일으키는 돌이 되고싶다. -93년
?

  1. 바보같은 농사

  2. No Image 20Jan
    by 종화
    2004/01/20 by 종화
    Views 476 

    죽을 때까지 게임맨

  3. No Image 09Apr
    by 종화
    2004/04/09 by 종화
    Views 500 

    통일열차

  4. 지워먹은 [단이와 결이의 평양여행]

  5. No Image 07Jun
    by 종화
    2004/06/07 by 종화
    Views 1139 

    분노

  6. No Image 10Sep
    by 종화
    2004/09/10 by 종화
    Views 672 

    작은 연출

  7. No Image 11Oct
    by 종화
    2004/10/11 by 종화
    Views 808 

    공연이 끝나고

  8. No Image 11Oct
    by 종화
    2004/10/11 by 종화
    Views 801 

    아시아연대를 위한 전국 민족음악인 선언

  9. [re] 공연이 끝나고

  10. No Image 19Feb
    by 종화
    2005/02/19 by 종화
    Views 889 

    단이와결이의 통일앨범을 마치면서

  11. No Image 29Oct
    by 종화
    2005/10/29 by 종화
    Views 1003 

    생이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12. No Image 27Jul
    by 종화
    2006/07/27 by 종화
    Views 935 

    소풍가요

  13. No Image 08Nov
    by 종화
    2007/11/08 by 종화
    Views 2220 

    노래를 잘 만들려면 먼저 가사를 잘 써야 합니다

  14. No Image 22Jun
    by 종화
    2008/06/22 by 종화
    Views 738 

    20년 노래하고

  15. No Image 05Dec
    by 종화
    2009/12/05 by 종화
    Views 530 

    내가 나를 위로하는 노래를 만든다

  16. No Image 03Jun
    by 종화
    2010/06/03 by 종화
    Views 416 

    5.18민중항쟁 30주년 전야제 총감독의 몇 가지 단상

  17. No Image 03Jun
    by 종화
    2010/06/03 by 종화
    Views 461 

    저항

  18. No Image 10Nov
    by 종화
    2010/11/10 by 종화
    Views 364 

    노래하나

  19. No Image 26Nov
    by 종화
    2010/11/26 by 종화
    Views 1670 

    노랫말과 시의 차이

  20. No Image 29Jan
    by 종화
    2011/01/29 by 종화
    Views 319 

    대기중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Next
/ 4

LOGIN

SEARCH

MENU NAVIG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