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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력의 끝이 보이기 전에

본격적인 창작작업에 돌입한지 20 여일이 지나가면서 점점 살이 빠지기 시작한다
얼굴살도 빠지면서 볼이 한주먹은 들어가 버려 볼쌍 사납게 낯바닥이 이글어졌다
밤마다 날을 새고 아침에야 잠을 청하는 날의 연속이다
이런 생활이 계속될 때면 창작과의 전쟁외에 또하나의 전쟁을 치룬다
자기 전에 내가 이빨을 닦았는지 안닥았는지
연구와 궁리를 거듭하면서 나의 기억력을 상대로 피나는 전쟁을 한다 오늘도 여지 없이 이빨을 두번 닦았다
그것도 약 5분에 걸쳐 연거푸 두번 닦았다
한참 닦다보니까 아까 닦았던 일이 기억났으니 그냥 닦을 수 밖에 ...
이런 망각증세가 도를 넘어 이제는 심각한 상태다
10초 전에 놓아 둔 핸드폰을 찾는데 30분이 걸리고
집을 나서면서 빠드리고 온 걸 다시 가지러 가다보면
서너번은 왔다갔다 해야 하니 하는 말이다

언젠가 단이와 결이를 데리고 작업실에를 갔다
키타를 치고 아이들과 놀다가 잠깐 나의 일도 보고
그러다 일을 마치고 집에를 가려고 3층인 작업실에서 내려왔다
주차장에서 차를 꺼내고 출발하려 하니 핸드폰이 없었다
아이들에게 핸드폰 가지러 간다고 잠깐 기다리라 했다
계단을 올라 3층 작업실을 향한다
그 순간에도 이것저것 생각을 많이 한다  
도착하여 문을 열고 작업실에 들어간다
아무런 생각없이 다시 나온다
무심하게 내려와 차에 오르니
아빠 왜 핸드폰 안가져 왔어  
라고 단이가 말을 건넨다
참 !그렇지?
핸드폰 가지러 갔었지  잠깐만 더 기다려
다시 계단을 오른다
계단을 오르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또 다른 생각들을 한다
문을 열고 들어간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시디플레이어에 손이 가고
음악을 듣다 끄고 다시 내려와 차에 오른다
단이는 말을 건넨다
아빠 핸드폰 가져왔어
어 ! 또 깜박했네
이거 정말 환장하겠다
한번도 아니고 두번씩이나 가지러 갔다가 빈손으로 오는
내자신에 대해 울화통이 터질정도로 화가 난다
뭐 할짓이 없어서 작업실 계단이나 반복해서 오르내려야 하는 건지
단이 결이 눈에 비치는 아빠는 얼마난 멍청해 보여야 하는 건지...
세번째엔 아예 처음부터 핸드폰을 계속해서 입으로 말하면서 계단을 오른다

이런 경험은 아무것도 아니다
한번은 단이와 결이와 함께 작업실에 갔다가
차에 기다리라 해놓고 깜박잊고
작업실에서 계속 눌러 앉아있어 버렸던 때도 있었다
그 때는 단이결이가 어렸을 때였는데
이놈들이 조금만 사리판단이 있었다면 작업실까지 올라 왔을텐데
이것저것 생각을 못했는지 내가 내려올 때까지
주구장창 차안에서 둘이 울고 있었다
문이 닫혀진 상태라서 울어도 소리가 밖으로 나오지 않았을테고 아이들은 얼마나 무서웠을까 ...
헉헉 늙어 허리꼬부라지는 소리 확인하기 전에
대뇌가 녹아 흐르는 소리를 먼저 들을랑가 모르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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