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12.19 16:15

알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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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민련 단식중의 어른들을 생각하며

알아야한다
    -박종화
        
그래 좋다
칠테면 쳐라
칠순 팔순의 노인들이 한겨울
차디찬 아스팔트 위에서 얼어버린 상태로
숨을 멈출 때까지 쳐라
인간에 대한 예의는커녕
어른에 대한 죄스러움도 없이
싸늘한 시체로 돌아오는 그 날까지 쳐라

그래 좋다
다 잡아가라
고정간첩도 달고 자생적 간첩도 달고
있지도 않은 무엇이든 만들어 꼬리표를 달아주고 다 잡아가라
범민련은 물러설 곳도 없다
역사의 마지막 끝자락을 온몸으로 부여잡고
치떨리는 분노로 맞서있다
도망가지 않는다
도망가려는 사람 범민련에는 없다
서러운 탄압만이 우리를 반긴다 하여도
하소연할 곳도 없고 하소연할 생각도 없다
이 땅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태어나
그 어느 곳 하나
이 쓸쓸함에 대하여 말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면
차라리 국민이기를 포기하고 싶다

그래 좋다 잡아가라
한 사람을 세번 네 번 다섯 번
아니 열 번씩 계속해서 잡아가라
그 것도 똑같은 죄명으로
한 사람을 죽을 때가지 괴롭히며 잡아 가두어라
그리고 먼 훗날 너희들은 우리의 눈빛을 응시하라

범민련의 이름으로 빛나는 우리를
너희들은 잡아가두고 칠 수 있는 자격이 없다
애국의 길을 가는
오직 한길만을 가는 통일의 나침반을
거꾸로 돌릴 자격도 결코 없다
붉은 심장에 아로새겨진 통일단심의 마음을
어떤 이유로든 그대들은 구속할 권리가 없다


척박한 땅에서
겨울 콘크리트 바닥에 맨몸으로 누워서
죽을 때까지 통일이란 두 글자를 써야만이
아름다운 동토의 땅에서
통일만이 아름다운 이 곳에서
서럽고 서러운 눈물로
반통일의 반역과 맞서야만이
살 수 있는 볼모의 땅에서
목숨을 걸지 않고서는
단 하루도 살아갈 수 없는
범민련의 깃발이 꽂힌 땅에서
단 한사람만이 남아도 깃발만 들면
세상에서 가장 큰 애국의 대오가 되어
남과 북 해외가 단 하나의 통일단심으로 들끓는
미치도록 사무치는 그 깃발의 영광을 상처로만 덧내고
어머니의 눈물로 바다를 이루게 하는
시리도록 아픈 분단의 땅에서
우리들의 땅에서
어머니의 땅에서
너희들이 떵떵거리며 살아야 할 이유가
더 이상은 없다

그래 좋다
뿌리채 뽑아가라
모든 반역은 우리를 뽑아가라
모든 동토의 양지는 우리를 비켜가라
결코 사라지지 않을 투혼으로
한생을 마감하고자 하는 우리들의 영광은
너희들의 머리위에 빛나고 있음을
알아야한다
역사가 분노하고 있음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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