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전하면 생각나는 사람
그림자 같던 사람 하나가 내 곁에서 떠나 간지 두 달이 넘어 간다
질긴 인연으로 음악을 함께 했던 우리의 드러머 류재곤
그가 갔다
스틱 두 개 집어 들고 미친 듯이 살더니
세상이 싫어졌나 보다
술 한 잔 마시고 그렇게 다음날 갔다
작별인사 한 번 없이 그렇게 갔다
양말하나만 생겨도 나누어 신으려 했던 그 사람이 보고싶다
가슴이 휑한 상태가 더욱 그리움을 부채질한다
가진 것도 없이 몸뚱이 하나로 이리저리 닥치는 대로 살더니만
아무런 정리도 없이 뒷골목 놀이꾼처럼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가 속세에 물들어 동네 술친구들과 어울리는 일에 맛을 들이더니 홀연히 갔다
세상이 싫어졌나보다
내 손엔 그가 남기고 간 것들이 많다
컴 앞에 앉은 채 입고 있는 속옷도 그렇고
방바닥에 깔려있는 돗자리도 그렇고
신발도 그렇고 오선지 노트도 그렇고 ...
그가 얼마나 많은 나의 일상에 침투해 있었는가를 금방 알 수 있게 한다
그런 그가 어느 날부터 만남을 약속해도 술 마시느라 그 약속을 지키지 않더니만 아무런 전화 연락 한통 없이 곁을 떠났다
세상이 정말 싫어졌나보다
아
씨발
세상 사는 것이 왜 이러냐
나도 따라 세상 살기 싫어지기 전에
그가 남기고간 고물 드럼통이나 가질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