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런 놈이여

by 종화 posted Apr 15,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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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60 이 넘은 찌지리 아저씨가 직원들을 자신 앞에 앉혀놓고 훈계를 하는 중이다

내가 대구에 갔을 때 일이란 말이여
운전을 하면서 직진을 해야하는데 생소한 길이라 잘 모르고 일차선을 탔제
좌회전 차선이라서 차선위반이 되어 부렀어
아니나 다를까 앞에 있던 의경이 내 차를 잡았지
초행길이라 길을 잘 몰라서 그랬으니 한번만 봐달라고 했지
그 의경놈은 들은 척도 않고 면허증 제시를 앵무새처럼 씨부리더라고
할 수 없이 딱지를 끊어야 할 상황이 되어부렀제
딱지를 끊고 나더러 싸인을 하라더구만
그래서 딱지를 한참동안 보고있었지
그 의경놈이 빨리 싸인하라고 재촉을 허는 것이여
그래서 내가 말했제
아 경찰양반 여기 적혀있는 내용이 뭣인지는 알고
싸인을 해도 해야 할 것 아니여
나를 죽이는 내용인지 살리는 내용인지도 모르고
싸인을 해야 한단 말이여
나는 고렇게는 못허겄어
조금만 기다려봐 자세히 읽어보고 사인을 헐랑께
내가 한 시간 동안을 꼼꼼이 읽어버렸지
의경놈은 안달이 나서 헉헉거리고 있더니만
자기 상관한테 전화를 하더라고
조금 있으려니까 상관이 와서 나한테 정중하게 인사를 하고나서
싸인을 부탁하더구만
그래서 내가 뭣이라고 헌줄 알어
어이 경찰나리
챙피허지만 내가 고백을 해야겄소
사실 내가 글씨를 잘 모른단 말이요
이 내용이 뭣인지는 알아야 싸인을 해도 해야 헐 것인디
모르는 글자가 너무 많구만
그렇게 말했더니 지가 직접 읽어준다고 허드랑께
그래서 내가 말했제
딱지 끊은 놈을 어떻게 믿고 그 말을 듣고 있으란 말이여
우리 동생이 하나 있는디 우리 동생은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니께
글을 잘 안단 말이여
내가 지금 동생한테 전화를 해 놨으니께
동생이 오면 싸인을 해줄텡께  
안달허지 말고 조금만 더 기다리라고
동생이 지금 청주에 있거든
넉넉히 잡고 한 세시간이면 도착헐 것이여
그랬더니 막 싸인 하라고 종용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말했제
싸인은 몇시간 내로 하라고 법에 나와있는감
왜들 이려
무신 내용인지는 알고 싸인을 해야제
아무 것도 모르고 싸인허믄 안된 것이여
그러니까 우리나라가 이모양 이 꼴이제
좀 기다리라고 벌써 동생은 톨게이트 진입했겄네
그랬더니
혀를 내두르더니 그냥 가라고 허더구만
그래서 그냥 와버렸제
내가 바로 이런 놈이여
나를 죽일려고 허는 놈들은 어떤 놈이 건
내가 용서를 안허제
내가 바로 이런 놈이여
이것이 바로 우리집안의 철학인 것이여

우리 동생 이야기를 좀 해줄까
바로 밑에 동생이 해병대출신이란 말이여  
부대에 상사란 놈이 하나 있었단 말이여
근디 그 놈이 오토바이로 출퇴근을 허는 것 까지는 좋았는디
허구헌날 동생한테 세차를 시키는 것이여
우리 동생이 화가 나부렀제
그래서 하루는 바퀴 나사를 하나 빼부렀어
그리고 기도를 했제
내일은 출근허지 마라고
다음날 전화통신이 울려부렀는디
중상으로 통합병원으로 후송되었다고 난리가 나부렀어
우리 집안이 그런 집안이여
내가 바로 그런 놈이여

우리 세째 동생 이야기도 해줄까
세째는 일빵빵 소총수로 군대갔제
근디 거그서도 일직하사란 놈이
밤에 잠자고 있으면 꼭 세째를 깨워서 라면을 끓이라고 그랬디야
불침번도 있고 다른 사람도 있는디
꼭 세째만 깨워서 라면을 끓이라고 했디야
그  더러운 새끼가 끓여주면 지 혼자 다 처먹고
동생한테는 한테기도 주지 않더란 것이여
그래서 하루종일 오줌을 참고 있다가 한꺼번에 싸부렀어
그 오줌을 갖고 라면을 끓여 줘분 것이여
그랬더니 다 먹고 나서
아따 오늘 라면은 정말 쫀득쫀득허니 맛있다
오늘은 뭐 색다른 것을 넣었다냐 하고 물으니께
아니요 평상시대로 끓였는디요라고 대답을 했제
그 놈은 알지도 못함서 오늘따라 정말 라면이 맛있다고
계속 그런것이여  
그러니까 동생이 말했제
앞으로는 계속 이렇게 끓여드리겄습니다 라고 말이여
근디 그 다음날 일직하사놈 배탈이 나서 엎어져부렀어
우리집안이 그런 집안이여
내가 이런놈이란 말이여
나를 죽일라고 허문 어떤 새끼도 용서 하지 못한당께
알것어
그러니까 니들도 잘하라 이 말이여
내가 이런 놈이란 말이여
다들 알았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