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울 사무실에 혼자남아

by 종화 posted Dec 22,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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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사무실에 혼자 남아

오랜만에 차분한 마음으로
글 한편 올려놓으려고 컴앞에 앉았다
막상 글을 쓰려고 하니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30분을 그렇게 앉아 있다가 ...

앗 ! 쥐새끼다
쥐새끼 한 마리가 후닥거리며 사무실 안으로 기어들어 왔다

오메 ! 어쩐다냐 !
쪼메만 기다려....

... ...
... ...

위의 점점점 들은 내가 지금 밀걸레 봉을 거꾸로 쳐들고
책상밑을 마구 찔러대면서
큰소리가 나게 발로 책상을 차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하고 있다
점점점만 봐도 내가 쥐를 잡으려고 허둥대는 모습이 절로 그려지는 걸 보니
점점점만으로도 참으로 훌륭한 형상인듯 하다
아무리 쑤셔봐도 쥐새끼는 나오지 않는다
아무리 발로차도 쥐새끼는 꿈쩍을 하지 않는다
쥐새끼가 어디로 도망갈 것인가를 알아내고 발본 색원하기 위해
두눈을 부릅뜨고 막대를 쑤셔보지만
그야말로 쥐죽은 듯이 고요하기만하다
이 상열의 쥐새끼놈!
생각보다 꽤나 영악한 놈이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를 잘알고 있는 듯하다
이런 쥐새끼 한 마리도
자신이 살기 위한 방법을 알고 대처하는데
그럼 나는 뭐냐를 생각해 보니 앞이 막막하기만 하다
아무런 대책도 없는듯한 41년의 인생이 물밀 듯이 아려온다

갑자기 화가 머리끝가지 치밀어 오른다
책상을 전부다 들어내 버렸다
기어이 이놈의 쥐새끼를 잡고 말테다
책상을 전부다 들어내 버리고 본격적인 수색을 하였다
나를 슬프게 한 동인을 제공한 이놈의 쥐새끼!!
완전히 발본색원 해버리고 말테다

쥐새끼는 없어져 버렸다
놓쳐버렸다
사실 놓친게 아니라 잃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눈 부릅뜨고 살폈건만 사라져 버린 것이다
어디로 간지 모르겠다
어쩔 수 없이 책상을 원위치 해 두고 약국엘 간다
쥐잡는 약을 사서 기어이 쥐를 잡아야겠다

생각할수록 숭악한 놈이다
내가 살아가는 방식은 도대체 무엇인가를
약국가는길 내내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