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촛불시위에 참가하여 손이 꽁꽁 얼어버린지도 모른채
촛불을 들고 네시간이 넘도록 서있었다
부시는 사과하라 무릎꿇고 사과하라
단순한 두 마디의 구호를 가지고 5시간을 외칠 수 있다는 것에 새삼 세상이 시리도록 슬퍼졌다
반미주의자라는 낙인하에
극좌아닌 극좌로 매도되어
청춘을 보내버린 우리의 동지들이 과연 얼마였던가
지금은 모두가 거리로 나서서
미국 반대를 외치고 있다
야 상놈의 새끼들아
여기는 우리땅이야 라고 외치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삭발한 사회초년생의 목소리도 아름답고
아이를 잃어버렸다고 선무방송을 하는 사회자의 목소리도 아름답고
아리랑만 나오면 폴딱폴딱 뛰면서 춤을 쳐대는 중고등학생들의 촛불놀이도 신이 나는 광화문이다
내가 여기까지 오길 정말 잘했구나
이 오진꼴을 못봤더라면
평생 후회를 하며 살았을텐데 하는 격분에 찬 기분마저 들곤 했다
반미의 물결이 광화문 네거리를 뒤덮고 그 많은 전투경찰들을 일거에 밀어 내고
네거리를 장악한 국민들의 분노는 아름답게 사위어 들어가는 촛불과 함께
그야말로 아름답고 눈물겨운 역사적인 한 장면이 되었다
장관을 이루는 촛불의 너울은 이순신 장군의 동상 아래서 꺼질줄 몰랐고
단순히 소파개정으로 끝날 수 없다는 국민들의 적나라한 표출로 승화되어 갔다
어떤 농민의 말대로 미군철수의 첫걸음이 시작된 것은 아닐까
우리 땅에 눌러 붙어 있더라도 돈 내고 있어야 할 날이 머지 않은 것은 아닐까
내일이야 어찌되든
어쨌든 20년 묵은 가슴의 체증이 싹 내려가는 듯한 기분을 만끽하며
떨어지는 눈물을 주체하기 힘들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