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뜰을 만들었어요

by 종화 posted Jun 24, 200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외로운 뜰을 만들었어요

외로운 뜰을 만들었어요
당신이 없는 공허한 곳에서
만들 수 있는 뜰이란 외로운 뜰 밖에 없어서이지요
단이와 결이가 없는 아파트 앞 초등학교 앞마당은
수 백명의 아이들이 뛰어 놀아도
외로울 수밖에 없어서이지요

외로운 뜰을 만들었어요
둘이가 아닌 혼자서도 잘 놀 수 있는 뜰이란
외로운 뜰밖에 없어서이지요
지난 날의 행복을 돌이켜 보며
한 없는 회한이나마 뒤적거려 볼려면
외로워야만 되기 때문이지요

외로운 뜰을 만들었어요
우리가 서로 헤어져 살아야 하는
그 모든 잘못이 내게 있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는 듯이 비아냥거리는 사람들과 함께
놀 수 있는 곳이란 아무 곳도 없기 때문이지요
그들을 피할 수 있는 뜰이란
외로운 뜰밖에 없어서이지요

와로운 뜰을 만들었어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나만의 공간에서
나 홀로 이겨가는 방법을 배우기 위한 뜰이란 오직
외로운 뜰밖에 없어서이지요
변함없이 반겨주게 될 바람도 별도
만나야 할 사람도
내가 기다릴 수 있는 뜰이란
외로운 뜰 밖에 없어서이지요
당신이 없는 이 곳에서
죽지 않고 살 수 있는 공간이란
외로운 뜰밖에 없어서이지요

한가닥도 버릴 수 없는 희망을 움켜쥐고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곳이란
엇나간 사랑의 마지막 끝자락을 매어 달 수 있는 곳이란
외로운 뜰밖에 없어서이지요
갈 곳도 누울 곳도 숨을 곳도 바로
이 곳 밖에 없어서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