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태 장애인 올림픽..

by 대구댁 posted Oct 31,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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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부산에서 열리고 있는 제8회 아태 장애인 올림픽 대회에 다녀왔습니다..
제가 밥 벌어 먹는 곳에서 차출되어서 다녀온거죠..
장기 출장 뒤라 할일도 태산이고,  만사가 귀찮을 만큼 머리 복잡한 일이 있어 가기 싫었지만,  
그 마음을 오랫만에 광안리 바다 본다는 걸로 다스리며 출발했답니다..

부경대학 실내 체육관에서 열리는 역도경기를 참관했는데..
국제 경기 답지 않은 썰렁함에 당황했습니다..
초라한 경기장에,  적은 수의 관중들..
저처럼 차출되어 온 듯한 사람들을 제외하면 손꼽을 만큼의 사람들..
처음엔 심드렁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언제 끝나지.. 끝나면 어디로 가서 뭘 먹을까..따위의 잡생각을 하며..
경기가 시작되고 ..
첫 선수가 휠체어를 타고 나와 깡마른 다리를 묶고 무거운 바벨을 들기 시작하는데..
아~~ 가슴이 찡해오더군요..
지나치게 발달한 상체에 비해 너무나 약해 보이는 그 다리 때문이였는지.....
코치도 없이 자기 손으로 자신의 다리를 묶는 가난한 제3세게 국가  선수들의 모습 때문이었는지..
잘모르겠습니다.. 그냥 왠지 뭉클해졌습니다..
싸구려 동정심이라고 표현해도 달리 뭐라 반박할 말은 없지만..

경기 내내 손바닥에 불이 나게 박수를 쳤습니다..
입상을 했건 아니건 그들 모두가 너무 자랑스러웠습니다..
진지하고도 열정적인 선수들을 보면서,
1차 시기, 2차 시기 실패하고도 다시 또 도전하는 그 장한 모습을 보면서 어찌나 뿌듯하던지..

원래는 경기를 마치고 광안리에서 한잔 하고 올 계획이었지만,
차 한잔 마시고 올라왔습니다..  
왠지 오늘 같은 날 술 마시고 흥청거림 죄 받을 것 같아서..

타인의 부족함을 보고 그제서야  내 채워짐을 깨닫는 저는..
아직 한참 모자란 인간입니다..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후회하지 않도록..
비겁해지지 않도록..

글 올리는 사이에 새날이 되었군요..
오늘은 제가 무지 좋아하는 날입니다..
(이유는 묻지마세엽..^^;;)
시월의 마지막날이면 어김없이 듣는 노래..
게시판 변경기념으로 올립니다..

모두들.. 좋은 하루 되시길~~



대구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