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되어

by 종화 posted Oct 22,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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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타는 남자가
일년에 단 한번 하는 생리를
끝내지 못하고
어디든 가서도
노래가 되고 시가 되는
가을 오후 한나절
다시 여정을 등지고 컴퓨터에 앉아
그대에게 드리는 시 한편의
글적임 입니다


   새가 되어


새가 되어
날고 싶다
가을새가 되어
시리도록 푸른 하늘을
마음껏 날고 싶다
바람불면 바람을 따라
비틀리는 날개짓이라도
사랑을 호흡하며
그대 곁으로 날아가고 싶다

새가 되어
날고 싶다
파랑새가 되어
아리고도 아린 상처를
벗어버리고 날고 싶다
비가 오면 이별의 상념을 따라
물먹은 솜뭉치 날개짓이라도
인연을 호흡하며
그대 곁에 닿을 때까지
눈물로라도 날아가고 싶다

사랑이라는 괴물은
언제 어디서든
세월이 지나도 가리지 않고
똑같이
온 가슴팍을 후비며
찾아 온다는 것을 알아가는 이 저녘은
새가 되어
날고 싶다

새가되어
날고싶다
마지막이 될지라도
그대 곁에 가서 눕고싶다
날고 날아 끝내는 날개를 접고
포근한 그대 허벅지를
베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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