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엉켜버렸습니다

by 노을이 posted Oct 07,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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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그냥 길에대한 이야기입니다.

십년도 더 전에.......
퇴계원 사거리는 늘 방송에서 지체되는 길이었습니다.
그때는 시내버스를 세번 갈아타고 이십분을 걸어야 밥버는곳에 도착할 수 있었지요.
아주아주 한참이 지나 길이 뚫렸고 그곳을 지나 서울로 들고 나던사람들은
빠른길로 가고왔습니다.

길이 생겨나면서 얼마나 많은 자연이 파괴되는지
우리에게 시간은 약간 더 늘려주긴 했지만
그 시간 어떻게 쓰고 있는지

오남리란 동네가 있습니다.
구효서란 소설가가 [오남리 이야기]로 풀어낸 그 막막한 동네가
제가 살고 있는 그 아파트이지요.
이곳으로 오려면 서울에서 태릉을 지나 퇴계원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하여 장현을 지나쳐오거나 아니믄 직진하여 사릉을 지나올수 있습니다.
십년전에는 장현으로 다녔구요. 그때는 비포장도로였던길이 포장되어 노선버스가 늘어나는바람에 혜택받은 민중인 저는 사릉을 지나 밥벌러 다녔는데.......

오늘 들어오는 길...
아.. 또 길이 생기겠군 싶었습니다.
며칠전엔 있던 교통경찰도 없는 사릉 사거리에서
차들은 그동안 기다렸던 갑갑함에
앞으로 앞으로만 나아가려 합니다.
저 또한 삼십분 이상 같은 자리에 정체해 있으니
저 사거리를 빨리 통과하고만 싶었습니다.

젠장...
어디 외곽도로라도 내야 하는거 아닌가??
내 이로움으로 자연을 또 어지럽히게 생겼습니다.
길은 길은 예전 그대로인데
가난한 사람들이 모인
오남리 가는 길은 이리 힙드네요

집을 팔아도 서울 변두리
전세집조차 마련못하는 사람들
그래도 희망 살아있는 우리마을
아직은 그래도 살만합니다.

내 이기심만 버린다면
막히는 길이면 졸고가면 그만인데
길을 내려 산을 깍아내리는 그 모습에

환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