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묏등

by 김양일 posted Sep 29,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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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묏등

詩/김양일

숱한 세월 깎여지고 허물어져
휑한 머리 민틋한 묏등

구월 열사흘
내가 태어난지 석달 스무이렛만에
누런 논두렁 꽃상여 타고 가신 당신
쇠뜨기 잡풀만 무성합니다

갈아엎을 땅 한 마지기 없어
문중답 빌어 농사짓고
그 큰 시양산 온 종일 풀 매다 해를 넘기면
풀독 오른 옷고름 삭아 가슴 뭉개지고

큰형님 둘째 형님 셋째 형님 막내 형님
줄초상 치른 어머니 눈물바람
산 가슴 무덤이었습니다

잡풀 쥐어뜯으며 눈물 짓뿌리시던
어머니 손때 묻은 아버지의 묏등

세상 좋아 예초기 들고 왔습니다
휑한 머리 다치실까
차마, 예초기 들이대지 못합니다
한 주먹 두 주먹 낫질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