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지요?

by 최석윤 posted May 06,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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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볕은 구석구석 내려오고
마음은 늘 짐을 챙겨 어디라도 가고싶어
두근반 세근반 벌렁대지만
발은 꽁꽁 묶여 마음처럼 한걸음도 나서지 못하고 있네요

아버지의 병이 점점 심해져
죽음을 눈앞에 두고
가족들의 마음은 늘 조마조마하고
햇살이 따가워도 그것을 제대로 받아내지 못하고 있어
답답함만 더해지고 있네요

목련이 피었다가 지고
벗꽃이 피었다가 지고
아무리 빨리 피고 후딱 진다고는 하지만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병원에서의 시간은
아름답다거나 멋지다는 생각을 할 수 없도록 만들고 있네요

어피차 한번은 죽는 거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려 하지만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그런 것도 위로가 되지 못하고
구멍난 가슴으로 바람만 들고 나고 하네요

평생을 허리 한번 제대로 펴지 못하고 발이 부르트고 손금이 닳아지도록 일속에 묻혀 살아왔는데 부귀영화는 아니더라도 이제 손자들 재롱에 웃음이 넘쳐나야 할 때인데 좀 거시기 하네요

하도 답답해서 하소연이나 한마디 하고 갑니다
오랜만에 들어와 봤는데 여기는 여전히 편안하네요

종화님 건강하고 또 건강하게 지내세요
없이 사는 사람들은 그저 몸뚱이가 재산인지라 건강 말고는 챙기라  할 다른 것이 생각나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