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가요가 사라진다면(펌)

by 한 꿈 posted Oct 17,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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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가요가 사라진다면?
[긴급제안] 민중가요 작곡가 윤민석씨를 도웁시다
홍성식 기자 hss@ohmynews.com  

어느 순간 갑자기 '꿈'이 증발한다면?

1999년 창작과비평사에서 발간한 김남주 시인의 유고시집 제목은 <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이었다.

<나와 함께 모든 노래가 사라진다면>은 "시인이여, 만약 당신이 입을 열어 피압박 대중의 아픔을 노래하지 않고, 부당한 외세의 침탈을 질타하지 않는다면 과연 시란 무엇이고, 시인이란 누구인가"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온 김남주의 마지막 시집 제목으로선 그야말로 제격이다.

김 시인이 활동하던 1970~80년대 민족문학과 함께 우리들의 가슴을 뜨거운 열정으로 들끓게 한 것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민중가요다. 사랑과 실연, 낙담과 우울만을 반복 재생산하던 지리멸렬한 한국 가요시장에서 각 대학의 노래패와 '꽃다지'와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피맺힌 외침은 그 자체가 참된 삶을 찾아가는 목메인 절규였다.

그 한가운데 민중가요 작곡가 윤민석(40)이 있었다. 바른말을 하면 재갈이 물리던 세상. 군부 독재정권 시절 그는 3번에 걸친 체포와 4년여의 감옥생활을 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노래가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불러들이는 작은 힘이 될 것이라고 믿으며, 민중가요에 대한 신뢰과 사랑을 포기하지 않았다.

압제와 투쟁의 80년대가 가고 '모두가 잘 살고 있다'고 착각하는 21세기가 왔다. 그 사이 윤민석 역시 과격한 운동권 학생에서 한 아이의 '가난한' 아버지로 존재를 바꿨다. 하지만, 가슴 속 결기는 변하지 않았다. 불의와 부정, 불합리와 불평등을 용납치 않는 윤민석의 성격은 2002년 초 인터넷상에 민중가요사이트 송앤라이프닷컴(www.songnlife.com)을 만들고도 계속 이어졌다.

또 다시 사라지려는 우리들의 꿈 하나 '민중가요'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에서 안톤 오노에 의한 금메달 강탈사건이 있은 후에는 정정당당해야할 스포츠에서까지 여지없이 드러난 미국의 전횡과 오만을 질타하는 'Fucking U.S.A.(퍼킹 유에스에이)'를 작곡해 비단 네티즌만이 아닌 한국인 모두의 가슴을 후련하게 해줬다.

또 국방부의 차세대 전투기 구입계획과 관련, 미국이 보잉사 제작의 F-15 전투기 강매를 압박하자 '종이비행기'라는 노래를 선보여 "그따위 고철비행기 엿 바꿔 먹을 테다"라고 미국을 조롱하기도 했다.

그간 윤민석이 민중가요를 통해 비판한 대상은 비단 미국만이 아니었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자녀 병역면제 의혹과 부친의 친일행적 의혹을 신랄하게 비판한 '누구라고 말하지는 않겠어'를 송앤라이프닷컴에 올려 급기야 한나라당 선거대책위원장에 의해 고소까지 당했다.

또 비슷한 시기에 언필칭 '보수언론'의 보도태도가 "불편부당하지 않다"며 '사랑해! 오빠 -조중동 연가-'를 발표, "이 신문들은 특정후보의 기관지 아닌가"라는 문제를 제기해 이른바 '빠순이 논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윤민석은 "우리가 이루어야할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위해서는 아직도 민중가요가 필요하다"며 "바뀐 세기의 민중가요는 누구를 가르치는 수단이 아닌, 모두가 함께 부르는 합창이이야 한다"고 말한다. 윤민석은 벌써 오래 전부터 스스로를 '민중가요를 부르는 딴따라'라 낮춰 부른다.

비판과 함께 전망을 이야기하는 민중가요는 21세기에도 여전히 필요하다. 그런데, 바로 그 민중가요의 주요한 생산기지인 송앤라이프닷컴과 생산자 윤민석이 위기에 처했다. 그야말로 '윤민석과 함께 송앤라이프가 사라진다면'이라고 말할 상황에 처한 것이다.

당신의 관심이 민중가요를 부활시킬 수 있다면

올 여름과 가을은 그 어느 해보다 수해가 컸다. 서울 한복판 방배동에 위치했지만 그 수해의 여파는 윤민석의 사무실도 비껴가지 않았다. 지하 20여 평 규모의 송앤라이프닷컴 사무실은 7월 말 1차 침수에 이어 8월 말 2차, 3차 침수를 당했다.

작곡과 녹음작업을 하는 고가의 기기 위로 지렁이가 기어다니고, 방음을 위해 카펫을 깐 바닥이 진흙탕이 된 처참한 상황. 아침에 사무실 문을 연 윤민석과 후배들은 경악했다. 건물주의 태도는 수해보다 더 가혹했다. "보상금은 한 푼도 줄 수 없으니 당장 여기를 나가라."

사무실을 마련할 당시 윤민석이 집을 담보해 은행대출한 4천만 원은 물론 1년 6개월여 사이트를 운영하며 달마다 쌓인 누적적자가 또 4천만 원에 이르는 상황. 먹고 죽으려해도 사무실 이전비용이 없었다.

머리를 싸맨 윤민석의 고민은 지금까지 3개월을 계속되고 있다. 사이트 운영에 필요한 기자재가 모두 물에 잠겼으니 새로운 노래를 올리는 작업도 올스톱 된 상태. 송앤라이프닷컴이 개점휴업 상태가 된 것이다. 몇몇 지인들을 만나 도움을 청했으나 "나도 요새 너무 어렵다" "힘을 주고 싶지만 반미와 반이회창 정서가 버겁다"는 대답만이 돌아왔다.

사이트의 존폐가 논의되는 심각한 상황. 윤민석은 결국 지난 10월 10일 일반회원 3만8천 명에게 '도와달라'는 이메일을 발송했다. 이메일을 발송하기까지는 내부논란도 많았고, 고민도 적지 않았다. 특히 "이런 일 하면서 아는 사람에게 손 벌리는 건 그 사람들은 물론 나까지 욕보이는 일"이라고 말해오던 윤민석의 자존심이 문제였다.

하지만, '사라져서는 안 될 민중가요'라는 대의를 위해 윤민석은 자존심을 꺾었다. 송앤라이프닷컴을 개편해 '아트41닷컴'을 만들려던 시도를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평화와 통일, 화해를 주제로 한 시와 노래, 개사곡과 플래시까지 담아내는 진보적 멀티미디어 사이트를 향한 꿈을 폐기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제 김남주의 시집 제목처럼 '솔직히 말하자'. 우리는 이때까지 죽어버린 김남주와 사라진 민족문학을 안타까워만했지 그것들이 부활할 수 있는 물적토대를 고민한 적이 없었다. 마찬가지다.

젊은 시절 우리의 가슴과 눈시울을 뜨겁게 했던 전대협진군가와 반미출정가, 그 노래의 작곡가인 윤민석과 그의 의지가 결집된 송앤라이프닷컴을 이번에도 버릴 것인가? 기어코 민중가요를 당신들의 가슴에서 추방할 것인가?

윤민석과 송앤라이프는 우리들이 내미는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그럼에도 만약 건네지는 손길이 없다면 그들은 결국 사라지고 말 것이다. 윤민석과 함께 송앤라이프가 사라진다고 해서 우리 입으로 들어오는 밥까지 사라질 리는 없다. 그러나, 우리가 언제 밥만으로 살았던가?

아래는 윤민석이 회원들에게 보낸 이메일 전문이다.

송앤라이프에서 긴급히 도움을 청합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송앤라이프 회원 여러분. 그리고 송앤라이프를 아껴주시는 네티즌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송앤라이프 대표 윤민석입니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진 날씨가 이제 완연한 가을을 느끼게 합니다. 유난히 잦은 비로 많은 사람들을 시름에 젖게 했던 올 여름은, 마지막 태풍으로 또 한 번 많은 이들의 가슴에 피멍울을 남기고 완전히 자취를 감춘 것 같습니다.

저희 송앤라이프로서도 올 여름은 참으로 넘기 힘든 잔인한 계절이었습니다. 이미 알고 계시다시피 올 여름에만 연거푸 세 번의 침수를 당해 현재의 사무실에서는 더 이상 업무를 볼 수 없을 만큼의 큰 물질적 정신적 타격을 입어 현재의 저희 능력으로는 복구가 어려운 상태인데다, 설상가상으로 저희가 입은 피해에 대한 보상 문제까지 원만히 풀리지 않아 민사소송을 준비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러 가을이 깊어지도록 정상적인 업무를 위한 본격적인 작업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어 회원님들과 네티즌 여러분들께 커다란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먼저 머리 숙여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물론 침수피해를 당한 직후부터 송앤라이프에서는 사무실 이전 및 복구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이번의 공백을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예전부터 기획해왔던 사이트 전변을 꾀하고자 퀴퀴한 냄새가 가시지 않은 사무실에 모여 앉아 끊임없이 고민하고 논의를 진행해 왔으며, 그 결과물로 이제 사이트 전변을 위한 계획은 ‘아트포원’이라는 새로운 사이트(www.art41.com)로 그 윤곽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아트포원’은 우리 시대의 지상과제인 ‘화해와 통일, 자주와 평화’를 전면에 내걸고 수많은 재능 있는 예술인들이 각자의 전문적 기량으로 만든 작품으로 참여하여 그 길에 함께 할 수 있는 재미있고 보람된 장을 만들어 낼 것이며 이제는 의의나 명분만이 아니라 운영면에서도 스스로의 힘으로 전진할 수 있는 탄탄한 토대를 만들어 낼 것입니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의 활동과 아이디어라는 것이 너무나 치열한 경쟁이기도 하고, 그래서 더욱 신중해야 할 부분이 있기에 상세한 내용을 미리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송앤라이프가 여러분들과 함께 이루어 온 소중한 성과는 계승하고 부족한 점은 반성과 대안으로 채워서 여러분들의 기대와 사랑에 더욱 알차게 보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간의 누적된 재정압박과 그 위에 겹친 이번 수해피해는 너무나 큰 것이어서 한동안 오선지를 놓은 채 망연자실하기도 했고, 이 난관을 어떻게 딛고 극복해 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으로 수많은 밤을 뜬 눈으로 지새운 것도 사실입니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일을 하고 있다고 하여도 늘상 어렵다며 도와달라고 하소연하는 것 또한 여러분들께 적지 않은 걱정과 부담을 드리는 일이기에 어떻게 해서든 저희 내부의 능력으로 해결해 보려고 몇 달을 노력하였지만 성과는 쉬이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이렇듯 2달 여가 넘게 새 노래를 올리지 못하는 등 송앤라이프 본연의 임무조차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은 여러분들께 더 큰 걱정을 드리고 죄를 짓는 일일뿐만이 아니라 이 와중에서도 형벌처럼 안에서 흘러나와 만들어지는 노래마저 제 때에 발표하지 못하고 사장시키는 일은 저희들에게 있어 참으로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송앤라이프의 문을 열고 지금까지 2년여 동안 우리 앞에 나섰던 수많은 어려움들도 늘 깊은 애정과 믿음으로 함께 주시는 회원님들과 네티즌 여러분들의 사랑과 믿음으로 헤쳐나올 수 있었고, 여러분의 지원이 없었다면 <기특한 과자>나 그리고 <종이비행기> <누구라고 말하지는 않겠어> <경의선타고>등의 노래들은 세상에 나올 수도 없었음을 잘 알고 있기에, 저희 송앤라이프만이 가질 수 있는 높고 큰 자긍심은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든든한 힘의 원천임을 다시 한 번 상기하면서 송구하고 외람되지만 감히 여러분들께 긴급한 도움을 간청 드리고자 합니다.

다들 힘들고 어려운 여건임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터라 이런 청을 드리기로 마음먹는 일 또한 참으로 오랜 고민과 갈등이 필요하였습니다. 부디 저희의 청을 내치지 않고 도움의 손길을 건네주셔서 지금껏 여러분들과 함께 애써 가꿔 온 저희 송앤라이프가 쓰러지지 않고 다시 힘있게 일어나 ‘원상복구’가 아닌 ‘복구확대’ 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십시오.

저희는 언제나 그러하였듯이 여러분들의 믿음과 기대가 결코 헛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하며 여러분들의 도움을 기다리겠습니다. 염치없는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03년 10월 8일 송앤라이프 대표 윤민석 배상

[도움의 방법]
아래의 계좌로 도움을 전해주시고,
보다 많은 분들이 저희의 사정을 헤아려 함께 해 주실 수 있도록 널리 알려 주십시오.

국민은행 088-21-0648-424 (예금주 송은영)
우리은행 588-180951-02-101 (예금주 송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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