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떠는 수다

by 강정남 posted Oct 14, 200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나는 요즘 퇴비를 낸다. 천이백평 코딱지 만한 과수원에 퇴비를 뿌린다기 보다는 아예 들이붓는다, 라는 표현이 맞을것이다. 트럭으로 21대분을 갖다 부으니 할말 없다... 1년간 고생한 과수원에 배나무 들이 잘 먹고 잘 크기를 바라며...

농민들은 가을걷이 다 한 과수원에 이른바 감사비료란걸 뿌린다. 1년간 고생했으니 감사한 마음에 뿌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같다. 우리는 비료대신 퇴비를 주니 감사퇴비라고 해야할것 같다.

사실,나는 과수원이 전재산이다. 애아빠 명의로 되있는것도 아니고 확실히 내명의로 되있는 내땅이다.그래서인지 과수원 주인은 정말 나 인것 같다. 애아빠는 일해주는 일꾼? 이라고 스스로 주장한다.

다른 과수원 보다 규모는 작지만 직거래를 통한 판매를 하기 때문에 남들 규모보다 훨씬 많은 가을을 한다. 물론 직거래하면서 아니꼬운것도 많고,참 내가 이래야 되나.. 싶을때도 많지만..

올한해 정말 애아빠랑 뒤지게 싸우기도 많이 싸웠다. 주로 일하면서 부딪지는 문제가 많다. 주로 판매를 내가 하기 때문에 배작업 하면서 하나라도 흠있는걸 집어넣으려고 하면 내가 길길이 뛰면서 일좀 똑바로 하라고 큰소리 친다.

애아빠는 로맨티스트다.. 이른바... 아직도 지나간 첫사랑을 못잊어 가슴에 멍울진 사람이기도 하며,,
그것이 감당이 안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인간으로서 이해가 간다. 지금은 아예 대놓고 상담도 하기도 하고... 빙신같은 남자가 불쌍하기도 하고....

부부란 서로 의도적으로 맺은 관계이다. 살면서 사랑이란 이름으로 살지는 않아도 정으로 산다고들 한다. 그러나 나는 정 보다는 인간이란 이름으로 살고 싶다.  나는 나의 활동의지를 막아서는 애아빠를 무지 미워한적이 많다. 솔직히 어떨땐 죽이고 싶을때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방황을 끝으로 하고 싶다. 한 이틀 동안 밖에 방황을 하진 않았지만 ,

주위조건을 탓하기 앞서 나를 제대로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안에 자유가 있는것이지 그걸 남편에게 요구하는것이 자유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한것을 깨달았다.

이른바 밸꼴리는대로 살고 싶지만 일방적인 밸꼴림은 서로가 경계하여야 한다. 혼자 살려면야 까짓거 밸꼴리는 대로 살던가 말던가 지알아서 아무렇게나 해도 상관없지만

같이 살기 위해 부단히 죽을때까지 연습하는거... 그것이 부부 인생살이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마지막 으로 내남편의 첫사랑을 위한 시한편 보여드리겠습니다.

(봉숭아 손톱)

초생달 같이
손톱끝을 간신히 붙잡고는
빠- 알- 간
그리움에 눈시울이 붉어졌을까
첫눈이 그리운 것인가
첫사람이 그리운 것인가
아님,
메니큐어에 밀린 세월이 원통한 것인가

마흔 넘은 사내의
손톱끝을 달구는
네 마음을
첫눈이 어떻게 알수 있으랴

살 부대껴 산 세월 동안
멍들어 있던 한쪽 가슴대신
슬쩍 주머니에 넣고 마는
약지 손가락 봉숭아 손톱

(남자의 첫사랑이 이렇게 모진것인줄 내 여태 왜 몰랐을꼬!!! 오지랍 넓은 내 팔자려니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