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십대-고정희

by 강정남 posted Aug 06,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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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십대> - 고정희 -

사십대 문턱에 들어서면
바라볼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안다
기다릴 인연이 많지 않다는 것도 안다
아니 와 있는 인연들을 근심스레 접어두고
보속의 거울을 닦아야 한다

씨뿌리는 이십대도
가꾸는 삼십대도 아주 빠르게 흘러
거두는 사십대 이랑에 들어서면
가야 할 길이 멀지 않다는 것을 안다
선택할 끈이 길지 않다는 것도 안다

방황하던 시절이나
지루하던 고비도 눈물겹게 끌어 안고
인생의 지도를 마감해야 한다

쭉정이든 알갱이든
지 몸에서 스스로 추수 하는 사십대
사십대 들녘에 들어서면
땅바닥에 침을 퉤, 밭아도
그것이 외로움이라는 것을 안다
다시는 매달리지 않는 날이 와도
그것이 슬픔이라는 것을 안다.